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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밴사의 결제 신모델, 시장 흔들까? 실리노선 택한 중소형 VAN사, 수수료 낮춰 가맹점 확보

안경주 기자공개 2016-12-20 12:51:43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9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부가통신사업자(VAN, 이하 밴)를 중심으로 새로운 결제 인프라(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가 출현하면서 밴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밴수수료 체계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는 등 내년부터 매출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기존 밴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던 대형 밴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밴시장 점유율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카드결제(KOCES), 제이티넷(JTNet),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중소형 밴사들은 새로운 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밴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신용카드 가맹점을 확보해 관리·결제정보전송(결제승인대행)·카드전표수거 등의 업무를 하고 밴수수료(중개료)를 받는 업체다. 나이스정보통신·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KSNET), 스마트로, KIS정보통신 등 5개의 대형 밴사가 시장점유율 65~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카드사와의 밴수수료 협상에서 이들 대형 밴사 위주로 선계약을 추진해 중소형 밴사는 협상에서 밀려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중소형 밴사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가맹점들이 카드사에 지급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도록 카드사와 협상하기 위한 것이다. 밴사 입장에서는 카드결제 건수당 받는 밴수수료가 줄지만 낮아진 가맹점수수료를 이점으로 내세워 신규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을 중개하면서 카드결제승인을 대행해주고 밴수수료를 받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가맹점을 많이 확보할수록 매출 등 실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새로운 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을 구축한 한국신용카드결제는 삼성카드와 협상을 마쳤다. 이를 기반으로 홈플러스와 새로운 결제승인 중개업무 계약을 맺었다. 한국신용카드결제가 받는 밴수수료를 줄인 대신 삼성카드 역시 가맹점수수료를 낮췄다. 카드사가 받는 가맹점수수료 중 밴수수료 비중이 7~8% 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인 홈플러스 역시 유의미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삼성카드 측의 설명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기존의 결제인프라와 다른 새로운 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이 나온 것으로 줄어든 비용(밴수수료) 만큼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었다"며 "사회적 비용이 감소로 향후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신용카드결제는 새로운 시스템 적용과 관련, 현재 신한·롯데카드 등과 협의 중이다. 제이티넷과 NHN한국사이버결제도 새로운 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카드사들과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소형 밴사의 행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그동안 대형 밴사 주도의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밴업계는 그동안 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 개선을 통해 밴수수료를 낮추는데 인색했다. 운영비용, 유지보수의 어려움 등으로 밴사를 배제한 카드사와 가맹점간 직승인 카드결제망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카드사는 밴사와 중개업무를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로 대형 밴사가 주도했다. 중소형 밴사도 신용카드 사용 증가로 인해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실적 증가세를 보였던 만큼 대형 밴사의 움직임을 지켜만 봤다. 실제로 밴업계의 시장점유율이 수년간 1%포인트 안팎의 변동성만 있었을 뿐 사실상 고착화됐다.

밴 결제 프로세스

하지만 최근 밴수수료 체계가 정률제로 바뀌고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활성화 등으로 결제대행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중소형 밴사들이 실리노선을 택한 셈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리베이트가 법적으로 금지되기 전까지 대형 밴사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 가맹점을 확보하면서 중소형 밴사들과의 격차를 벌려왔다"며 "그동안 울며겨자먹기로 대형 밴사 주도의 시장움직임에 맞춰야 했던 중소형 밴사들이 결제시장 환경 변화로 경영압박을 받으면서 실리노선을 택하자 대형 밴사도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형 밴사들은 농협 하나로마트와 금융결제원, 비씨카드와 스마트로 등이 추진 중이던 직승인 카드결제망 전환 사업과 비슷하다며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하나로마트와 스마트로의 사례의 경우 특정 가맹점에 카드사가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가맹점수수료를 자의적으로 인하하는 것으로 보고 편법 리베이트 제공 행위로 판단했다. 특히 밴수수료를 카드사가 아닌 가맹점에서 지급한다는 점에서 결제정보 보안성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중소형 밴사들은 하나로마트와 스마트로 사례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업 구조 자체는 기존 결제인프라와 차이가 없고 단지 새로운 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을 개발, 비용을 낮췄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대형 밴사도 이권이 걸려 있어 손쉽게 중소형 밴사들이 새로운 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을 늘리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중소형 밴사간 갈등이 커질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시장에 어느 정도 파급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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