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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이 5천억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이유 '자본의 질' 향상 목적…향후 자본확충 위한 선제적 조치

윤 동 기자공개 2017-01-11 11:14:45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0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보험이 올해 1분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결정하는 등 선제적으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생보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그동안 생보사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자본 확충 방식인 만큼 '선도자의 고생'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생명이 이를 감수하면서도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초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발행 시기는 올해 1분기이며, 발행 시점의 상황에 따라 금리나 만기 등이 변동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hybrid)증권으로도 불린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 이상이며, 만기에 재연장이 가능해 주식처럼 반영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화생명이 발행을 결정하기 이전 생보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사례가 없었다. 지난 2014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2년 동안 일반 보험사에서 발행 사례가 전무했다. 다만 지난달 한화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결정한 이후 손보업계에서 롯데손보와 흥국화재가 빠르게 절차를 밟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보험사들이 그동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지 않은 이유는 후순위채라는 다른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험사는 자본 확충 필요성이 발생할 때마다 훨씬 발행하기 쉬운 후순위채를 선택해 왔다. 실제 롯데손보와 흥국화재도 후순위채를 통해 자본 확충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와서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후순위채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신종자본증권으로 눈을 돌렸다. 이는 '자본의 질'을 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1년 IFRS17 도입까지 상당한 규모의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데 그 첫 단계로 자본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분석이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 등에선 후순위채무액은 보험사의 보완자본으로 여겨질 뿐 기본자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또 후순위채무액은 보완자본으로 인정받는 범위도 보험업법상 자기자본의 50%로 제한된다. 차입금인 후순위채무액은 자본의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탓이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의 25% 이내에서 발행하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한화생명의 자기자본은 10조 원 수준으로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자기자본으로 인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규제가 바뀔 때마다 자본 인정 범위가 변화할 수 있는 보완자본과 달리 기본자본은 항상 안정적으로 가용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동시에 기본자본이 늘어나면서 보완자본을 추가로 더 쌓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기본자본을 5000억 원 늘린 효과로 인해 향후 2500억 원의 보완자본을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IFRS17 대비를 위해 앞으로도 대규모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이점이다.

또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할 경우 잔존만기 5년차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되는 후순위채 특유의 디스카운트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예컨대 10년물 후순위채는 발행 5년째 까지는 발행액 전부가 자본으로 인정되나 6년째부터는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줄어든다. 결국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후순위채 발행 이전보다 자본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이자는 꾸준히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IFRS17 대비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적의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는 교보생명은 최근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기울이며 한화생명의 발행 조건 등에 주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삼성생명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 보험업계에서는 대형 생보사 중 한화생명이 가장 IFRS17 대비에 철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보다 근본적인 자본 확충의 목적에 더 적합하다"며 "한화생명이 IFRS17에 대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일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김도하 KB투자증권 연구원도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회계제도 변경 및 지급여력비율(RBC)제도 강화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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