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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축소·거래대금 회수 난항 '이중고' [메이플세미컨덕터 법정관리⑤]'사드배치 후폭풍' 분석도 제기

권일운 기자/ 김세연 기자공개 2017-02-09 08:08:46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7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은 최근 수개월 사이에 급격하게 유동성이 나빠진 데서 비롯됐다. 금융회사 가운데 일부가 메이플세미컨덕터에 대한 여신을 축소했고, 거래 대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 유동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주 거래 은행은 IBK기업은행이다. IBK기업은행은 운영자금 대출 및 무역금융을 제공하는 형태로 100억 원이 넘는 여신을 메이플세미컨덕터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30억 원을 들여 직접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지분을 취득할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왔다.

문제는 다른 시중은행들이었다. 지난해 3분기를 전후한 시점에 복수의 은행들이 일시에 차입금 상환을 요구하는 바람에 자금 경색이 나타난 것이었다. 은행권이 몇 달 사이에 회수하거나 한도를 축소한 유동성 규모만 12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SC제일은행의 경우 △단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정책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65억 원의 단기차입금을 회수해 갔다. KEB하나은행도 60억 원의 단기차입금을 회수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에 대한 여신 한도를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목이었다.

거래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도 메이플세미컨덕터의 발목을 잡았다. 59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2015년의 경우 회계연도 말일에 남아있는 매출채권의 규모가 100억 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한 시점에 메이플세미컨덕터가 받지 못한 거래 대금은 200억 원을 훨씬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주 거래선은 중화권 기업들이다. 이들 중화권 기업은 60~90일이던 거래 대금 지급 기일을 최대 180일까지 늦춰 잡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할 거래 대금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지급되지 않으면서 자금 사정에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중국에 묶인 자금도 있었다. 메이플세미컨덕터는 협력 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게 선급금 명목으로만 수십억 원을 지급한 상태였다. 중국에서 받아야 할 거래 대금은 받지 못하는 반면, 중국 협력업체에는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망) 배치 후폭풍이 메이플세미컨덕터에 직격탄이 됐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의 자금 거래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사드 배치가 결정된 시기와 겹친다"며 "중국 리스크를 포착한 은행들이 선제적인 여신 축소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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