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멀어지는' 제주항공·제주도, 지분관계 약화 콜센터 폐쇄 등 갈등 고조… 제주도 보유지분율 25%→7.7% '뚝'

장지현 기자공개 2017-02-20 08:31:05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5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이상 동고동락한 제주항공과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의 끈끈한 협력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설립 당시 자본금 25%를 댔던 제주도가 제주항공의 경영 안건에 대한 간섭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제주도의 제주항공 지분율이 꾸준히 낮아져 현재 7.7% 수준까지 낮아졌음에도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제주예약콜센터 위탁운영업체인 메타넷MCC는 이달 말 제주도에 위치한 콜센터 폐쇄를 전제로 한 직원 간 협의를 마무리했다. 예약센터에선 항공권 발권이나 예약 취소 등에 대한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인력난으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자 아예 콜센터를 김포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제주항공은 콜센터 직원들에게 퇴직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하고, 근무지를 이동시켜주거나 도내 KT 콜센터 등으로 이직을 알선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설치된 제주항공 제주예약센터 직원은 52명이며 제주 출신 인력은 47명이다.

제주항공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제주도는 도민의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완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직접 나서 애경그룹 최고위 경영진에게 제주 콜센터 폐쇄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양측은 2005년 7월 '제주도-제주항공 사업 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맺었다. 이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예약·발권, 공항운송서비스 등 일반직의 경우 도내 근무 인력의 70% 이상을 도민으로 채용해야 한다. 제주항공 출범 당시 제주도가 자본금 일부를 대고 운항면허 취득 등을 도왔기에 제주도민에게 취업 우선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애경그룹과 제주도의 인연은 13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도는 2002년과 2003년 교통개발연구원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용역결과를 통해 제주 지역항공사 설립이 제주도민들의 이동편의를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때까지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곳뿐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년에 한번씩 요금을 지속적으로 올려 제주도민 궐기대회가 열릴 정도로 운임료가 문제가 됐다"며 "이에 제주도가 직접 항공사 설립에 나서지만 당시엔 관광객 수가 지금처럼 많지가 않아 지역 항공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2004년 9월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에 참여할 사업 파트너를 모집에 나섰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결국 제주도는 창업주 고향이 제주도인 애경그룹에 제주항공 공동설립을 제안해 손을 맞잡았다. 제주도는 제주항공이 운항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왔고 초기에 설립 자금 50억 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제주항공 지분 25%를 확보했다.

clip20170214171140

하지만 이후 제주도의 제주항공 지분율을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회사 설립 후 초창기 적자를 내는 동안 증자가 필요했는데 지자체인 제주도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적자를 냈다. 이 기간 기록한 누적 적자 규모는 780억 원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설립 이후 6번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2006년 104억 원, 2008년 400억 원, 2009년 113억 원, 2010년 300억 원,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1450억 원씩 진행했다. 대부분의 자금은 애경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했다.

증자 시행으로 제주도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2006년 12.5%, 2008년 7.3%, 2009년 6.2%, 2011년 4.5%, 2015년 3.9%로 낮아졌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애경그룹이 계열사 애경유지공업을 통해 보유하던 제주항공 주식 100만 주를 무상증여해 지분율이 7.7%로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라는 브랜드 덕분에 제주항공이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콜센터 이전 등 경영상 판단에 대해 제주도가 반대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제주항공이 그간 제주도에 기여한 점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제주도가 한 발 양보를 검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항공 설립으로 제주도와 도민들이 얻은 혜택은 적지 않다. 김포-제주간 운임료가 낮아져 도민들의 편의가 커진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제주항공의 평일 김포-제주간 편도 정규운임료(할인가 제외)는 6만 5600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8만 8200원으로 35% 가량 높다.

제주항공이 본사를 제주도에 두면서 법인세는 물론이고 항공기 27대의 등록세도 모두 제주도에 납부하는 등 도정부 재정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증시 상장시에도 당초 'AK제주항공'이란 사명으로 상장하려 했지만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AK를 빼고 '제주항공'으로 상장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