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27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 판매 창구로서 은행의 입지가 주춤하고 있다. 1월말 기준 은행업권은 증권형 펀드시장에서 46.2%의 점유율로 증권업권(45.6%)을 근소한 차이로 넘어서고 있다. 10년 전 점유율이 58%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입지가 축소되는 모습이다. 금액으로 보면 은행업권의 펀드 판매잔고는 42조4000억 원, 증권업권은 41조 9000억 원이다.

국내 은행들은 많게는 1900여 개에서 적게는 130여 개의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전체 클래스 포함). 이 중 펀드 설정액 기준으로 상위 7대 은행은 평균 1333개의 펀드를 갖춰놓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펀드 판매규모를 갖고 있는 은행들은 보유 펀드수를 1000개 안팎에서 유지하고 있고 그만큼 사별로 판매하고 있는 펀드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

◇ '대동소이'한 보유 펀드수…펀드 종류 '최다' 신한은행, 클래스수는 '최저'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기준으로 국내 은행 중 펀드 판매규모로 상위 7개사의 평균 판매 펀드수는 1333개였다.

가장 많은 펀드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KEB하나은행으로 총 1926개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적게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SC은행과 기업은행으로 각각 790개로, 절반 수준에도 못미쳤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국내펀드와 해외펀드를 각각 1036개, 890개 갖춰놓고 있다. 해외펀드는 상위 7개사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펀드의 종류수를 볼 수 있는 대표펀드 기준 개수는 신한은행이 1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전체 펀드개수로 보면 KEB하나은행(1926개)이나 우리은행(1790개)보다 적은 1600개였지만 대표펀드는 746개로 가장 많았다. 물론 KEB하나은행(742개)이 근소한 차이를 두고 신한은행의 뒤를 바짝 쫓았다.

대표펀드 기준으로 펀드수는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비슷했지만 펀드 당 보유하고 있는 클래스 수로는 차이가 있었다. KEB하나은행은 펀드 당 평균 2.4개의 클래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펀드 종류가 다양한 대신 한 펀드의 다양한 클래스를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한 펀드 당 평균 2개에 미치지 못하는 클래스를 보유해 상위 은행 중 최하위 수준을 나타냈다.

상위 7대 은행들은 전체 펀드수 뿐만 아니라 대표펀드수도 비슷하게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671개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농협은행과 국민은행만 각각 대표펀드 기준으로 441개와 439개로 차이가 벌어졌다.

◇ 13조 판매 국민은행, 펀드 라인업 '선택과 집중'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시중은행 중 유독 국민은행의 펀드 라인업 전략은 눈에 띈다. 은행과 증권사를 통틀어 압도적인 판매규모를 나타내고 있지만 펀드 라인업으로만 보면 전체 판매사 중 1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12조 8622억 원 규모의 펀드 판매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2위인 미래에셋대우(9조 1095억 원)와도 4조 원 넘는 차이를 내며 앞선 상황이다.

전체 클래스를 포함한 펀드개수로 보면 국민은행은 12위로 한참 뒤쳐진다. 판매규모 2위였던 미래에셋대우가 펀드개수로도 독보적인 수준을 자랑하며 1위에 오른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국민은행 외에도 은행들이 펀드 라인업 자체를 크게 가져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은행의 펀드 라인업은 상위 판매사 중에 평균을 한참 밑돈다.

대표펀드 기준 개수로도 은행 중 하위권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대표펀드수는 439개로 전체 펀드수 자체가 적었던 기업은행, SC은행을 제외하곤 최하위다. 해외펀드는 판매 비중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하는 농협은행(161개)과 비슷한 176개로 집계됐다.

펀드 종류가 적은 대신 한 펀드 당 다양한 클래스를 갖춰놓고 있다는 점도 국민은행만의 특징이다. 상위 7개 은행 중 유일하게 펀드 당 3개의 클래스를 보유한 곳이기도 했고 증권사보다도 한 펀드에 더 많은 클래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증권사 중에는 삼성증권이 펀드 당 클래스 수가 2.98개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펀드 판매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세워졌다기 보단 최다 펀드판매사로서 큰 전략적 지향점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하고 많은 펀드를 걸어두고 팔기보단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통과한 펀드와 판매가 잘 이뤄지는 펀드들, 고객들의 니즈가 큰 펀드 위주로 엄선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른 펀드 판매 은행들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1000개 이상의 지점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다보니 너무 많은 펀드를 갖춰놓고 판매하게 됐을 때 발생할 문제점이 더 많을 수 있단 계산이 나온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조 펀드가 되려면 국민은행의 펀드 라인업에 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막강한 판매 파워를 과시하는 곳이기 때문에 펀드 라인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게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펀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대응하기위해 애초부터 검증된 펀드로만 라인업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무조건 많이 가져다 놓는다고 해서 수익률이 관리되는 것도 아니고 우수한 펀드를 선별해서 판매하겠다는 것이 큰 원칙"이라며 "수익률이 좋지 않은 소형 펀드들을 적극 관리하고 있어 개수가 많지 않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