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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비율 급락…대책 없는 보험사 [thebell note]

윤 동 기자공개 2017-04-25 09:43:26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1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가 예상을 깨고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여파로 채권금리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지급여력(RBC)비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에서 대형 3사를 제외하곤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200% 수준의 RBC비율을 기록했던 KDB생명과 흥국생명이 12월 말 금융감독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하회했다. 하나, DGB, 신한 등 금융지주계열 생명보험사도 12월 말 기준 160~180% 수준의 RBC비율을 기록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사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9월 RBC비율 222%를 기록했던 현대해상은 12월 말 158.3%로 권고치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던 한화손보도 153.2%를 기록해 권고치를 간신히 넘겼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RBC비율 333.3%)를 제외한 9개 종합 손보사 중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RBC비율 200%를 넘긴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국내 대형 손보사 중 RBC비율 권고치를 하회하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대형 손보사가 RBC비율 권고치를 하회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떨어지는 RBC비율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대주주가 언제든지 유상증자를 해줄 수 있는 보험사는 얼마 없다. 나머지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금리 인상을 반영해 높은 이율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RBC비율이 위태로워진 보험사는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의 상황을 시장 탓으로만 돌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금리가 인상되니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같은 생각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몇 년 금리가 떨어지는 동안 보험사들은 역마진 탓에 죽겠다고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역마진이, 금리가 오르면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한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건 고객의 보험금을 책임지는 보험사의 변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건전성이 최우선이어야 할 보험사가 금리 변동 리스크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최근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과 신RBC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2021년까지 예정된 건전성 규제 강화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은 상황이다. 이번 RBC비율 급락 문제가 운 좋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무수히 많은 건전성 위기가 남았다는 뜻이다. 책임을 시장에 떠넘기는 보험사 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기에 대해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한 보험사가 위기를 무사히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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