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21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을 표방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마냥 박수를 보내기는 어렵다. 과거 기업구조조정회사(CRC)로 투자한 쌍용제지에 대한 유상감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쌍용제지는 2014년 주 사업장인 오산 공장을 폐쇄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일부 직원들이 남아 잔여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그에 앞서 자사 보유 지분을 유상감자하는 형태로 250억 원을 회수했다. 여기에는 쌍용제지 오산 공장 토지에 대한 담보 수익권 200억 원도 포함돼 있다.
결론으로 쌍용제지는 망했지만,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막대한 자본 차익을 기록했다. 투자 기간이 11년으로 다소 길긴 했지만, 25배의 차익을 실현한 것은 가히 '잭팟'이라 부를 만 하다. 특히나 소프트뱅크벤처스 CRC에 투자한 기관들 입장에서는 더없이 반가울 법한 소식이다.
하지만 쌍용제지 투자 과정과 그에 따른 과실이 과연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대표 슬로건 "우량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함으로써 함께 성장합니다"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다. 쌍용제지라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보다는 자산 가치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아 보여서다. 자산에 대한 담보권 확보와 유상감자라는 투자금 회수 절차를 봐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뒷말도 무성하다.
벤처캐피탈은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 차익을 향유하는 것이 가장 큰 사업 목적이다. 업사이드 포텐셜이 큰 만큼 투자 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른 책임들이 자신들이 지게 된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쌍용제지 투자 성과는 이같은 벤처캐피탈의 보편적인 성공 방정식과는 거리가 멀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쌍용제지 투자는 분명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망한 딜이었을 것 같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극적인 투자금 회수 스토리를 연출하고서도 표정관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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