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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조선사 여신 '압박' 이미 시작됐다 현대·삼성重 조차 '단기차입만' 실현, 대우조선 여파

김장환 기자공개 2017-04-26 14:14:38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5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사태 여파로 여타 조선사 여신(RG포함)까지 크게 줄여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극히 보수적인 기조의 대응이 점쳐짐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외 여타 조선사들의 경영 환경마저 악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도 이로 인해 금융권 여신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금감원 '무차별 여신회수' 자제 부탁…산은·수은 '반대 행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내 13개 은행장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개최하고 주요 현안 청취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으나, 이날 자리의 핵심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촉발된 조선업계의 우려를 잠재우자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 원장은 '획일적이고 무차별적 여신회수'를 자제해달라고 이날 요청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국내 조선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진 원장의 말처럼 은행권이 여신 규모를 크게 줄여나갈 가능성이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차입금과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대거 제공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신 회수 움직임은 신규 수주 결정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기존 선박 건조를 떠나 장기 성장 동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마저도 지난 1년새 은행권 여신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금운영 무게추가 장기차입금에서 단기차입금으로 대거 이동한 일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앞장서서 장기차입 실현을 고사하자 어쩔 수 없이 단기차입을 대거 실현해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여차하면 회수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국책은행들의 의중이 엿보이는 변화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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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대중공업은 전반적인 여신 규모 자체가 줄었다. 2015년 말 별도기준 8조 2278억 원이었던 총 차입금이 지난해 말 8조 345억 원으로 1932억 원 가량 감소했다. 2016년 말 총 차입금에서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5조 2109억 원이다. 단기차입비중은 64.9%로 전년 동기 43.9%대비 20.9%포인트 넘게 늘었다. 지난해 들어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비중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수출입은행이 장기차입을 대거 줄이고 단기차입 위주로 여신을 조정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수출입은행은 2015년 말 현대중공업에 2조 7836억 원대 장기차입금을 제공하고 있었다. 작년 동기에는 해당 규모가 1조 6847억 원으로 1년새 1조 989억 원 가량 줄었다. 정작 수출입은행이 2016년 말 현대중공업에 제공한 단기차입금은 87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3억 원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출입은행은 그만큼 현대중공업에 물려 있는 여신 자체를 크게 줄였다는 얘기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장기차입금을 제공해줬던 산업은행도 현대중공업 여신을 단기차입금 위주로 재조정했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에 제공한 단기차입금은 7334억 원으로 전년말 대비 3337억 원 가량 늘었다. 산업은행은 그나마 무작정 장기차입금을 축소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에서 끌어온 장기차입금은 1조 2403억 원으로 전년 말 보다 1737억 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삼성重, 장기·단기차입比 '역전 현상'…국책은행 압박 탓

삼성중공업 역시 현대중공업과 상당히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총차입금 자체는 줄지 않았지만 지난 1년 동안 단기차입비중이 월등하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총 차입금은 5조 294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950억 원 가량 증가했다. 이중 단기차입금이 3조 6701억 원으로 총차입금 대비 73% 비중을 보였다. 전년만 해도 48.3%로 장기차입금보다 적었던 단기차입비중이 대폭 늘었다.

여기에도 역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은 3000억 원, 수출입은행은 5000억 원대 장기차입금을 각각 삼성중공업에 제공하고 있다. 전년 말 대비 각각 3000억 원, 2100억 원 등 도합 5100억 원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단기차입금은 대거 늘었다. 산업은행이 제공한 단기차입은 6000억 원, 수출입은행 몫은 3692억 원으로 전년 보다 각각 3000억 원, 1867억 원 가량 증가했다.

정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삼성중공업 대다수 자산을 담보로 잡아둬 미상환 리스크를 크게 줄였음에도 이처럼 조선사 입장에서 부담이 큰 단기차입에 치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수출입은행은 5910억 원, 산업은행은 6952억 원대 차입금 담보로 2조 1000억 원대에 달하는 토지와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 등 삼성중공업 유형자산을 담보로 잡아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보였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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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단기차입금 확대는 결국 대우조선해양에 데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조선사 여신을 지속해서 줄여나간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서는 특히 이들 국책은행이 향후 더욱 보수적인 기조의 대출 집행과 여신 규모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RG까지 축소하게 되면 신규 수주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장기 성장력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강제적이 출자전환 등으로 원금 회수도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여타 조선사들에 대한 여신 리스크 점검을 보다 강하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조선사 입장에서는 보다 안정적이고 차입이율도 낮은 장기차입 조달 루트가 막힐 수 있다는 얘기여서 이에 대한 긴장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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