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산업은행 회장, 자리 지킬까정권이양 맞춰 2~4월 교체 전통…'장미대선' 변수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7-05-11 09:58:20
이 기사는 2017년 05월 10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에서는 10일 문재인 정권 출범과 동시에 산업은행의 수장 교체 시기가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국내 산업 구조조정 등을 전담하다시피하는 산업은행인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박자를 맞출 수 있는 '친 정부' 인사를 앉히던 관행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연임을 기대하는 눈치도 있다.우선 산업은행은 오랜 기간 동안 2월~4월 사이 회장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현 이동걸 회장뿐 아니라 홍기택·강만수 전 회장 모두 이 시기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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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교체가 수년간 이 시기 이뤄진 이유는 정권 이양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홍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산업은행에 들어온 '친박', 전임자였던 강 전 회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이명박 정권 시작과 동시에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던 '친 MB' 인사였다. 12월 대선 후 인수위원회를 거쳐 2월 말 정권 이임이 완료되면 산업은행도 곧바로 회장이 교체되는 주기를 가졌던 셈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때 이른 '장미(5월) 대선'이 치뤄져 정권 교체 시기가 빨라지면서 이 같은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회장의 공식 임기는 오는 2019년 3월까지로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았지만,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산업은행의 수장 교체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권 교체기에 맞물려 임기를 제대로 채운 인사는 홍 전 회장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은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해오고 있어 수장 자리에 친 정부 인사를 앉히는 관행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관리·감독 역할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합을 맞춰 구조조정 회사들을 살리고 죽이는 공적 역할이 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후자는 각종 논란에도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아 여전히 건재하다. 정부의 방향성에 맞춘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결정 유무가 이들의 명운을 갈랐다.
특히 전 정권에서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대우조선해양과 차기 정권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던 금호타이어 매각 등도 산업은행이 들고 있는 주요 현안들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만큼 이에 대한 결정도 현 정권 하에서 새롭게 결론을 내리기 바랄 수도 있다. 이를 보면 산업은행 수장 자리에 친 정부 측 인사를 서둘러 앉히려고 할 가능성이 보다 높아 보인다.
기존 정권에서는 산업 구조조정 역할을 '민간' 중심으로 옮기는 방향성을 잡았지만 현 정부에서 과연 바통을 이어받을 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산업은행 수장 교체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 요소다. 이 같은 구상안을 직접 주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8일 서둘러 사직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의 기관장이 교체되면 박자를 맞출 산업은행 회장 역시 변화를 줄 개연성이 높다.
'이동걸 회장'하면 금융권에서 지속해서 언급돼온 그의 특별한 이력도 이번 정권 교체와 맞물려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금융인의 박근혜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인사로 유명하다. 이 회장을 필두로 이덕훈 전 우리은행 부사장, 윤광림 전 제주은행장 등은 2012년 11월 20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여의도 당사에서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금융선진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가와 얽힌 이력이 전무하고 순수 시중은행에만 발을 담궜던 이 회장이 산업은행 회장 자리로 온 것을 두고 과거 금융인들의 박근혜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사람이란 점이 (박 정권과) 징검다리가 됐던 게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며 "산업은행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걸맞은 인사가 올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점을 봐도 6월 전에 서둘러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이 회장에게 시간을 조금 더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회장이 산업은행에 부임 후 이뤄낸 성과와 내부 평판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을 직접 주도적으로 전담했다는 게 연임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은 산업은행에 와서 정치적인 성향을 전혀 보인 적이 없고 할 일만 하는 인물로 평가 받아 내부 평판이 그 어떤 역대 회장보다도 좋다"며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매각 등 정치권에서 손을 대고 싶어하는 이슈들도 이 회장이 직접 관여해 주도적으로 핸들링했던 사안들인 만큼 현 정부에서도 이 같은 사안을 잘 아는 이 회장과 당분간 함께 해나갈 수도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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