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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라마단 경제학

고영경 박사공개 2017-06-28 1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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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8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슬림들이 연중 가장 신성한 달로 여기는 라마단(Ramadan) 기간이 며칠 전 끝났다. 천사 가브리엘(Gabriel)이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때로 전해진다.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이지만,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에 해마다 그 날짜가 달라진다. 2017년은 5월 27일부터 6월 25일까지이다. 이 기간 일출부터 일몰까지 식사는 물론 물도 마시지 못한다. 담배도 피울 수 없다.

해외에서 출장을 오는 사람들은 이 기간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중동과 달리 동남아시아에서는 업무가 여전히 진행된다. 다만 업무 시간이 달라지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출근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앞당겨지고, 퇴근 역시 그만큼 빨리 시작된다. 오후 업무시간에 휴식과 낮잠이 허용되고, 일찍 퇴근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로 정체는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

라마단
라마단이 끝나는 르바란 혹은 이둘 피트리(Lebaran, Eid al Fitr, Idul Fitri)는 이슬람 최대의 명절이다. 한국의 추석이나 설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지내는 등 공식 휴일보다 더 길게 쉬는 경우가 많다.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은 23일부터 30일까지 쉬며,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는 26, 27일 문을 닫는다. 파키스탄은 26~28일 휴장한다.

명절이니만큼 회사나 기관들은 라마단 선물이나 보너스를 주고, 월급을 앞당겨 지급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는 라마단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고용주가 피고용인에게 반드시 1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의 라마단 보너스(THR: Tunjangan Hari Raya Keagamaan)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도 만들어 놓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생긴 부가적인 수입은 소비 급증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라마단 특수'다. 전세계 17억 무슬림들이 지갑을 활짝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준비를 한다. 미리 단식에 대비해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를 챙기느라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한다. 긴 연휴를 노린 여행사의 상품들은 몇 달 앞서서 출시되고, 해외패키지여행과 비행기 티켓 예약은 일찌감치 끝난 상태다. Criteo에 따르면, 중동과 북미에서 지난해 라마단 기간 여행업 매출은 라마단 이전과 비교해서 35% 증가했다.

금식을 깨는 만찬, 이프타르(Iftar) 혹은 부카 푸아사(buka puasa·말레이-인니어)는 라마단 기간 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친구들과 동료, 일가 친척끼리 등 각종 모임이 열리며 호텔과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연회장은 이들로 빈틈이 없다. 일반 식당과 야시장까지 이 만찬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식사 초대나 지인들에게 보내는 대표적인 선물은 대추야자와 농축 음료다. 10시간 넘게 이어진 단식으로 혈당이 떨어진 몸에 단시간에 충분한 당분을 공급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추야자를 포함해 견과류, 말린 과일들을 바구니에 담은 식품종합선물세트, 이슬람 관련 용품들을 선물로 많이 주고 받는다. 음식을 나누는 전통이 있어 학교나 공공기관 회사 등은 학생과 직원들에게 죽이나 음식을 전달하고, 길거리에서 대추야자를 나눠주기도 한다.

라마단의 끝은 그야말로 쇼핑 대목이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쇼핑몰로 달려가거나 긴긴밤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 시청으로 시간을 보낸다. 당연히 모든 유통업체가 이 기간에 할인과 프로모션을 내걸고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Criteo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2016년 라마단 3주 전과 라마단 세 번째 주 사이의 온라인 매출과 웹사이트 트래픽은 각각 77%, 110% 늘어났고, 리테일 분야는 67%가 증가했다.

한국계 온라인 쇼핑몰과 TV홈쇼핑 관계자들에 따르면 품목별로 차이가 있으나 통상 30~50% 이상 매출이 뛴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유통업체인 마하티르 백화점은 연간 매출의 30%가 라마단 기간에 발생한다. 온라인 쇼핑몰인 마하티르몰닷컴의 경우 이 기간, 지난해 전년대비 425% 매출 신장을 봤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온라인쇼핑의 경우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주요 품목은 어린이 장난감을 비롯 의류, 가전제품, 액세서리, 화장품, 주방용품까지 다양하다.

이 같은 소비시장의 판매 전쟁은 광고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라마단 직전부터 광고가 몰리면서 방송 등 미디어 매출이 다른 기간에 비교해 15% 이상 늘어난다. 2016년 라마단 기간 동안 전세계적으로 트위터 사용량이 평균 26.3% 증가하는 등 SNS 사용 증가에 따라 온라인 광고도 이 기간에 집중된다.

모든 업종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쇼핑과 달리 다른 활동은 상당히 위축된다. 특히, 골프장의 경우에는 무슬림 고객이 사라지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는다. 별도의 라마단 프로모션 가격을 내놓고 외부 관광객 모시기에 안간힘을 쓴다. 해외골프 여행객들에게 이 기간이 유수의 골프장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라마단은 6월 25일 끝난다. 앞서 특수를 누렸던 산업은 그만큼 매출이 절벽을 이루는 '공포의 7월'이, 라마단으로 어려웠던 업종은 '부활의 7월'이 기다리고 있다.

고영경교수프로필_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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