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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진실공방 ③특검,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청탁' vs 삼성, '지배력 약화 모순'

윤 동 기자공개 2017-08-07 07:58:30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둘러싼 재판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선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에 대한 쟁점들은 각종 억측까지 낳고 있다. 더벨은 삼성 재판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시 한번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를 두고 특검이 제기한 이슈 중 하나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였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보다 유리하게 완료하기 위해 삼성생명보험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청와대에 부정 청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삼성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지주회사 전환도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질의를 했다. 하지만 실제론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해야 하는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청탁'에 대한 혐의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현재 해체)은 지난해 1월 중순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와 삼성생명 사업회사(자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계획안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사전검토 의견을 구했다. 그 후 한 달 가량 지난 2월 15일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도와달라는 청탁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이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로 이어진다는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생명이 인적 분할될 경우 이 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20.76%를 금융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해 신주로 받으면 신설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이 40%대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최대주주의 지분율 확보를 위한 조치로 본 것이다.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는 두곳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생명은 이미 일정 수준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한 곳이다. 이 부회장에게 아킬레스 건이랄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에 대한 최대주주 지위 확보가 이 부회장에게 필요한 작업이다.

특검의 주장대로, 혹은 삼성의 당초 계획대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했다면 지주회사 전환 작업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또 삼성생명(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외부에 매각해야 한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 전환을 단행했을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2%(약 5조 9000억 원 규모)를 매각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계열사의 최다 출자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말 기준 삼성전자에 대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7.62% 규모다. 여기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7.21%가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워낙 크고 우호 지분이 많기 때문에 20%에 못미치는 지분으로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지분 3%를 외부에 매각하는 것은 삼성 입장에선 원하지 않은 일이다.

삼성물산 등 비금융계열사가 삼성생명이 매각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면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나 인수자금 조달이 녹록치 않다. 현 주가 수준으로 9조원, 당시 주가로도 5조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이 필요한 일이다. 2015년말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126만원 선 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커질 가능성이 많았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삼성생명에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이며 2대주주로 삼성물산(19.34%)이 포진해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47% 수준, 우호세력을 포함하면 50%가 넘는다. 다른 보험사 오너의 평균 지분율인 20~3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다고 가정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을 이미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낮추는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없었다.

삼성그룹 측은 여러 차례 이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은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며 "경영권에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삼성생명 대주주 지분율이 50%를 넘는데 더 추가해서 뭐하겠느냐"며 "오히려 삼성전자 지분을 3.2% 팔아야해 경영권 승계에는 불리했기 때문에 특검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삼성 측 김준모 변호사도 "특검이 승계 작업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목표는 의결권 확보가 핵심인데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을 승계 작업이라고 보는 건 모순"이라며 "특검이 주장하는 방식의 경영권 승계가 필요하고 가능한가 보면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금융위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4월 11일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는 전면 보류됐다. 실제론 삼성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진행하지 않았고 문의 단계에 그친 일이었다. 재계에선 "특검의 주장대로 금융위에 문의한 것도 청탁이라면 향후 경영 과정에서 정부 당국에 사전 조율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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