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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존재감, 김남구의 지분투자 역전 홈런 대우·현대증권 M&A 악몽 날린 인터넷은행 돌풍…입맛만 다신 카카오

민경문 기자공개 2017-08-17 08:26:0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4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출범 당시만 해도 인터넷뱅크의 흥행을 낙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기존 은행을 위협하기는커녕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긴가민가했던 건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지주)의 김남구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인터넷뱅크로 그룹 내 은행 공백을 메울 필요는 없었다. 일부에서는 '등 떠밀려'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은산분리 규정만 봐도 그랬다. 은행 주도의 인터넷뱅크 설립이 불가능하고 산업자본 비율이 의결권의 4%로 제한된 상황에서 인터넷은행 소유가 가능한 곳은 사실상 미래에셋증권과 한국지주 두 곳뿐이었다. 처음부터 이들 양사를 염두에 두고 인터넷뱅크 사업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김 부회장은 인터넷뱅크보다 대우증권 또는 현대증권의 최대주주가 되기를 더 바랐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불투명한 사업보다는 증권업에서 확실한 1등을 노리는 전략이 맞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으로부터 대우증권 인수를 약속받는 조건으로 인터넷은행 투자를 결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여론은 다르게 흘러갔다.

한국지주가 인터넷뱅크 최대주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대우증권까지 차지하는 건 무리수라는 얘기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우증권은 인터넷은행 불참을 선언한 미래에셋이 가져갔다. 이후에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역시 KB금융지주에 물을 먹어야 했다.

카카오뱅크가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한국지주로서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두 번의 증자를 통해 1500억 원을 투입한 상황이었다. 주요 주주인 코나아이의 불참으로 발생한 실권주는 한국지주가 추가로 인수해야 했다. 은산분리 규정을 고려할 때 다른 주주가 떠안기는 쉽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지주의 불안감은 기우였다. 지난달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뱅크는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업개시 5일 만에 100만 계좌를 돌파했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와 연계한 브랜드 경쟁력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인터넷뱅크 1호인 케이뱅크와의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예상을 웃도는 흥행 대박에 한국지주도 '표정관리' 중이다. 미디어는 잇따라 김 부회장의 '선견지명'을 주목하고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추가로 5000억 원을 증자하는 과정에서 무려 29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우증권 인수 이후 통합에 따른 각종 비용으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래에셋과도 대비된다.

답답한 건 카카오다. 한국지주에 카카오뱅크 주도권을 빼앗길 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한국지주로부터 지분을 넘겨 받을 명분도 없다. 일부 정치권에서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은 원칙적으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지주 측은 향후에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저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초대형 IB도 중요하지만 카카오뱅크를 통한 핀테크 역량을 어떻게 강화시킬 지가 한국지주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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