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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WM 시너지의 전제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차장공개 2017-09-28 08:38:58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6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 정보가 나한테까지 왔으면 주식시장 참여자 모두가 아는 것'이라는 법칙은 개미들의 주식계좌가 체득한 지혜다.

'IB 상품 투자 기회가 개인들에게 왔다면 그 리스크가 상당할 것'이라는 의구심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금융시장의 치부다. 금융위기를 전후로 부실기업 회사채 혹은 기업어음(CP)이 그랬고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화 상품 역시 이 의구심을 진실로 확인시켜줬다.

따지고 보면 그 의심은 합리적이다. 리스크가 많지 않고 돈이 될만한 상품이라면 금융회사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면 될 일이다. 혹은 비즈니스 관계로 엮여 있는 기관 투자자에게 잘 보일만한 당근으로도 쓸 수 있다. 그 기회이익을 버리고 손이 많이 가는 개인을 끌어 들인다는 게 늘 석연치 않아 보였다.

이 의심이 진실에 가깝다는 전언도 넘쳐 난다. IB 딜을 20년 넘게 해오다 WM 파트로 넘어 온 증권사 한 임원은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IB 파트에서 돈 될만한 상품을 왜 WM으로 넘기겠습까'라고 반문한다. 자기 자금으로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딜, 혹은 다른 금융회사들도 투자하기를 꺼리는 딜을 WM 상품으로 만들어 개인들에게 던져(?) 왔다는 얘기다.

최근 한 금융회사가 지방 아파트 분양사업의 매출채권 유동화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강남 부자들에게 판매했다. 최소 가입금액이 4억 원이고 만기는 8개월인 사모펀드다. 제시 수익률은 연 5%.

분양률이 90%대여서 입주율이 70%대만 유지되면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펀드 판매 당시 지방 아파트 사업장의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었다. 기관 투자자들도 선듯 손을 내밀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해당 금융회사는 선착순이라며 개인 투자자를 모았고 2%에 가까운 수수료마저 챙기며 펀드 설정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구조. 해당 펀드에 투자한 자산가들은 원리금 상환 순위가 최후순위인 5순위였다.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회사 대주단이 모두 원리금을 상환받고 난 이후 문제가 없으면 개인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분위기상 만기까지 큰 문제 없이 상환될 가능성이 높지만 해당 상품의 구조만 보면 개인들은 흔한 말로 '총알받이'로 활용됐다.

반면 최근 모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일본 부동산 펀드의 구조는 좀 다르다. 일본 부동산 경기와 해당 건물의 리스크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펀드 구조만 놓고 보면 개인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아니 불리하지 않게 만들어졌다. 법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가 동순위로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구조였던 것. 이 구조만으로도 자산가들의 가입 문의가 폭주했다는 후문이다. 개인 투자자를 기관 투자자와 동일한 지위에 놓았다는 점에서 파격이었고 그것으로 개인들에게 무한신뢰를 준 셈이다.

앞선 증권사 임원은 "개인들은 여러 명이라 관리에 손이 좀 더 가기는 하지만 충성도가 아주 높은 재무적투자자(LP)인데 금융회사들은 귀찮아하고 오히려 차별화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가시적인 수익을 바로 바로 내는 증권사의 IB 부서가 WM 보다 목소리가 크고 입지도 탄탄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괜찮은 IB 딜이 WM 상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도 IB 딜의 훌륭한 LP'라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IB가 WM에 '던지는' 딜이 아닌 WM이 IB의 상품을 '선택하는' 관계로 뒤바뀌는 전환이다. 공허해 보이는 구호, 'WM과 IB의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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