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11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벤처캐피탈(VC)업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출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모태펀드는 물론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각종 기관과 연기금도 출자사업을 내놨다. VC들은 어느때보다 바쁘게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제안서를 준비하면서 VC를 골몰하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 있다. 우선손실충당금 설정이 그것이다. 이는 운용 결과 손실이 나게 됐을 때 VC가 설정 비율만큼 먼저 손실을 떠안겠다는 약속이다. 2000년에 이미 법에서는 사라진 제도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로 출자자(LP) '빅3'인 국민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에 의해 관행으로 유지돼 왔다. 이들은 운용사에게 가장 협상력이 높은 기관들이다.
LP들의 손실을 줄이는 완충장치로써 역할을 하지만 VC에게는 큰 부담요소로 지적돼왔다. 대부분의 VC가 영세한 규모로 운영돼 손실에 취약하다.
사실 운용사가 펀드 손실을 내는 것은 한 해에 고작 1~2건에 그친다고 한다. 손실로 인한 리스크보다는 우선손실충당 설정 비율만큼 운용사 출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된다. 의무출자비율은 1%지만 우선손실충당제 때문에 운용사의 자본이 묶이는 규모가 늘어난다. 재무부담도 높아지고 새로운 펀드를 출자하기도 어려워진다. 최근 출자사업이 늘어나면서 펀드 조성 기회도 늘어나고 있지만 우선손실충당제가 운용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벤처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선손실충당 비율을 높게 설정하면 선정 시에는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운용사가 짊어지는 리스크도 커져 적극적인 투자를 피하게 만든다.
한 운용사 심사역은 "우선손실충당 설정이 운용사에게 불리한 카드인데 실력있는 운용사라면 이를 무조건 높게 잡진 않을 것"이라며 "가점까지 주는 것은 LP입장에서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3' 기관투자자가 출자한 펀드 3개 중 2개는 여전히 우선손실충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선손실충당제로 VC에게 손실과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투자자와 운용사가 이익과 손실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나 보인다. 벤처투자업계가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는 이 때 시장을 이끄는 국민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결자해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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