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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 부회장, 용퇴 결심한 배경은 [삼성 리더십 어디로]연말 인사 앞두고 길터주기…부회장직은 유지할 듯

김일문 기자공개 2017-10-13 15:21:17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11: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공교롭게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 덕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날이다.

업계에선 권 부회장의 용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권 부회장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도 자리에 없는 와중에 권 부회장의 자진 사퇴는 삼성전자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한다. 어떤 경우든 삼성전자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됐다.

권오현 부회장은 13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 의사를 대내외에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 부회장이 DS부문 총괄에서 자진 사퇴하고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와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의견에서 유추하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퇴임은 연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그룹 인사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 더이상 미룰수 없는 사장단 인사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수장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권 부회장의 자진 사퇴는 여러 측면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권 부회장은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과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중인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부재 속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권 부회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나면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권 부회장이 문책성으로 자리를 떠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권 부회장이 총괄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는 호황에 힘입어 연일 최고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 의장도 연임되면서 당분간 권 부회장 체제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 안팎에선 그룹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권오현 부회장의 개인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권 부회장도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장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용퇴 배경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에는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에서 사장단 인사를 결정했지만 현재는 계열사별로 직접 단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권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권 부회장의 자진 퇴임은 연배가 높고 고참인 반도체 부문 대표의 퇴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그룹을 컨트롤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퇴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권 부회장의 퇴진은 자칫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후임 인선을 마무리하고 조직을 안정화한 뒤 자연스럽게 퇴진을 결정해도 되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조기 복귀를 위한 일종의 시위 성격도 해석할 수 있다. 권 부회장마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관심은 연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로 모아진다. 삼성은 매년 연말 사장단 인사과 조직개편, 임원 인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지난해엔 이같은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올해 초 최소한의 인사만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연말엔 비교적 큰 규모의 인사 이동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 부회장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더라도 부회장 직책은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이수빈씨도 현재까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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