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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부품사 '脫 현대차'의 이면 [thebell desk]

길진홍 산업부 차장공개 2017-11-03 07:59:45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2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자동차 부품 업계 화두는 단연 생존이다. 날이 갈수록 완성차 업계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판로가 막히는 등 고민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주요 납품처인 현대기아자동차의 고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이 친환경 전기차 시대로 급속한 진화를 거듭하면서 부품사들도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대안으로 제시된 게 고객 다변화다. 너도나도 현대기아차를 떠나 글로벌 완성차업체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세계를 누비며 GM, 포드, 폭스바겐, 벤츠, BMW 등을 찾아 나섰다. 주로 유럽과 신흥시장인 인도와 중남미에서 우리 부품사들이 뛰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부품사들은 현대기아차 외에 다른 거래처를 두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감히 누구도 배신(?)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는 최대 납품처이자 사실상 유일한 고객사였다.

역설적이지만 현대기아차의 급성장이 부품 업계의 거래 풍토를 바꿨다. 그것은 자발적이 아닌 비자발적인 다변화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떠오른다. 세계 경제 불황기에 가성비를 무기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자신감을 가진 현대기아차는 부품사들에게 글로벌 기업과 거래를 주문한다. 5대 메이커 위상에 걸맞게 부품 사양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달라는 요구였다.

현대기아차를 따라 중국과 남미, 유럽 등에 진출한 부품사들은 현지 업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일종의 발주처의 재가를 받은 합법적인 거래였다. 하지만 성과는 저조했다. 굳이 글로벌 기업을 뚫지 않아도 먹고 살만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거래처 다변화 요구는 또 다른 이유로 거세진다. 이번에는 판매량 감소가 문제가 됐다. 세계 경제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글로벌 자동차시장도 벤츠, BMW 등과 같은 고가 수요가 다시 살아난다. 2012년을 기점으로 해외에서 현대기아차 판매 물량이 줄기 시작했다.

해외 현지에 동반 진출한 우리 부품사들이 짐이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가깝게는 올 상반기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동반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는 다변화 주문 명분이 '생존을 위해 홀로서기를 할 거래 선을 찾으라'는 버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세계무대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온실 속에 자란 화초들이 자리를 잡기는 너무 척박했다. 일부는 GM, 포드 등을 찾아가 부품가 인하 등을 제안했으나 괄시를 당했다.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선회를 한 곳도 있으나 걸음마 수준이다.

늦은 감이 있으나 부품사들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격변의 시기를 마주한 현대기아차가 살아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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