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02일 09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보수적인 금융상품 판매 성향을 가지고 있다. 채권형펀드나 저축성보험 같은 안정적인 상품 판매에 힘을 쏟는 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주식형펀드 등을 판매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파워인컴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기록해 투자자들과 소송 사태를 겪은 게 상품 담당자들과 창구 직원들이 금융상품 판매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계기였다.주가연계신탁(ELT)도 우리은행이 판매를 꺼려하던 대표적인 상품이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ELT를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하고 적극 판매에 나선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ELT를 고위험 상품으로 보고 좀처럼 영업에 나서지 않았다. 2015년 홍콩H지수 급락 여파로 많은 투자자가 손실 가능성에 노출되면서 우리은행의 ELT 기피 기조는 이어지는 듯 했다.
그랬던 우리은행은 최근 괄목할만한 ELT 판매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5년 1959억 원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2016년 2조 202억 원까지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올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ELT를 7조 1183억 원 판매해 전통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KB국민은행을 맹추격하고 있다. 시중은행 신탁부 관계자들도 잠잠하던 우리은행의 약진에 놀라는 눈치다.
우리은행은 고객과 창구 직원의 보수적인 성향을 감안해 쿠폰 금리 하락을 감수하고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인 리자드형 ELT를 집중 판매하고 일반 스텝다운형 ELT의 조기상환 배리어를 낮은 수준에서 결정했다. 고객들이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해당 지수 사용을 전면 배제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은행 고객과 직원이 안정적인 조기상환과 재투자를 경험할 수 있었고 판매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이같은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2016년 초 증권사에서 파생상품 개발 인력을 영입해 상품 라인업 구성과 판매 전략 수립을 맡겼다. ELT 판매 증가에 기여한 이 직원은 1년 반만에 차장에서 부부장으로 승진했고 전문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우리은행이 전문성을 갖추고 성과를 거둔 직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갈 길은 아직 멀다. 당장 전반적인 ELT 쿠폰 금리 하락에 대응해 상품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졌을 때를 대비한 리스크 관리 역량도 갖춰야 한다.
다만 우리은행의 ELT 성장은 전략을 치밀하게 세우고 전문성을 갖춘다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기피해 온 다른 금융상품 판매 경쟁력도 갖춰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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