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사, 여유있는 1위…분주한 2·3위 [보험사 자본조달 리뷰]⑤자본조달 온도차 '극명'…상위사 조달 움직임 '속도'
신수아 기자공개 2017-11-16 11:10:55
[편집자주]
보험회사의 2017년 자본조달 일지가 빼곡히 채워져 가고 있다. 1월부터 지금까지 10개 보험사가 상장(IPO),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역대 두번째로 큰 장이다. 지금도 5곳의 보험회사가 2017년 마지막 자본조달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큰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서는 배경과 보험회사별 조달의 특징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5일 1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계에는 빅3(Big3)가 존재한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구 동부화재)가, 생명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이 빅3 그룹에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빅3 그룹 내에서도 자본 조달 움직임은 온도차가 극명하다. 1위 업체는 한 걸음 물러나 시장을 관망하는 반면, 2위·3위 업체는 발빠르게 조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삼성' 1위의 뚝심, 자본 확충 '아직은 관망'
손보업계에서도, 생보업계에서도 1위는 삼성이다. 삼성 브랜드력과 자본을 앞세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2위·3위 업체와 공고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삼성화재의 총자산은 71조8488억 원으로 뒤따르고 있는 현대해상(38조7317억 원)과 동부화재(36조2289억 원) 대비 두배 가까이 크다. 삼성생명의 총자산 역시 201조7814억 원으로 한화생명(89조9318억 원), 교보생명(72조3267억 원)의 두배를 거뜬히 넘어서는 규모다.
지급여력비율(RBC비율) 역시 100%포인트 가까이 앞서있다. 보험 상품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RBC비율은 바로 이 같은 상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지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의 RBC비율은 각각 361%, 329%. 삼성화재를 뒤이어 자산 규모가 큰 현대해상과 DB손보의 RBC비율은 192%와 204.5%에 불과하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RBC비율 역시 256%, 217%를 기록해 1위 삼성생명과 최대 110%포인트 벌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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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타의 상위권 보험사보다 완충 여력이 큰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자본 시장에서 줄곧 고요했다. RBC비율이 150%에 닿아있는 중소형사의 자본 조달 움직임이 지난해 본격화된 이후 대형사들 역시 선제적 대응을 이유로 자본 시장을 분주히 노크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비된다.
일찌감치 IFRS17을 대비해 온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의 경우 이미 상당부분 준비를 마쳤다. 새 제도가 재무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득실을 이미 파악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보험업계의 IFRS17 시스템 구축이 제 시간안에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며 냉소적인 입장에 선 이들 조차 다른 곳은 몰라도 삼성이라면 무난히 2년 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특히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위치가 남다르다. 외부 투자자의 간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삼섬생명의 IPO당시 100% 구주매출로 구조를 짰다. 신주 발행을 통해 핵심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꺼려했다는 의미다. 이후 조달 시장의 문을 두드린 전례가 없다.
실제 삼성생명은 금융당국의 새로운 규제가 모두 시행된다해도 2019년까지 RBC비율은 최대 80~9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200% 이상의 RBC비율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삼성화재 역시 IR을 통해 수차례 그간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를 잘해 온 덕에 부채 잔존만기를 상향 조정해도 RBC비율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1위의 관망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선제적 대응 나선 2·3위 업체… 조달 방법· 시장 '한계없어'
비교적 의연한 자세를 취하던 2·3위 업체의 움직임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선제적' 관리를 이유로 자본시장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황의 변화를 주시해오던 터다.
현대해상과 DB손보(구 동부화재)는 지난 5월 각각 5000억 원, 4990억 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집중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국내에서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찍은데 이어 교보생명은 지난 7월 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처한 상황이 낫다는 평가를 받아 온 상위권 업체들이지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전 시뮬레이션 결과 안심할 수 있는 보험사가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적정시정조치를 내리는 기준이 되는 RBC비율 100%. 그러나 실상 150%를 '마지노선'으로 그 이상을 유지해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 현재 손보 2·3위 업체의 RBC비율은 현대해상이 192%, DB손보가 204.5%로 200%대에 머물러 있다. 150%를 기준으로 감안했을때 20~40%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는 상황이다.
생보업계 상위사인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256%, 217% 수준. 200%를 넘어서고 있으나 금리민감도가 크고 특별계정 비중이 큰 생보사가 제도 변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금리확정형 상품 보유가 많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은 금리확정형 부채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할인율 하락에 따른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Liability Adequacy Test) 금액의 증가율이 연동형 위주의 부채구성을 보유한 회사들보다 크다고 지적한다. 이는 향후 예상치 못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자본 조달은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 조달 시장의 투자 여력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제도 변화의 안정권 밖에 있는 상위 업체들의 추가 조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화생명은 최근 최대 1조원 규모의 해외 영구채 발행에 뛰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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