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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는 2년동안 준비된 구상 [삼성인사 막전막후]이재용 부회장 2016년 3월 '스타트업' 삼성 주문…역피라미드 구조 깨기

김성미 기자공개 2017-11-20 10:21:38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6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2014)-1
삼성전자가 60세 정년를 도입했다. 60대 이상 사장이 거의 대부분 물러났다.

삼성 안팎의 소식을 종합하면 이번 세대 교체는 이미 2년전부터 준비된 작업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시행 시기가 늦어진 면이 크다.

삼성전자 사장단의 60세 이상 퇴임은 '스타트업 삼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스타트업으로 변모시키자고 주문한 데 이어 세대 교체 작업을 준비했다. 그 카드를 이번에 실행에 옮겼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삼성전자는 변화를 준비했다. 이 부회장은 약 1년 간 상황을 지켜본 뒤 지난해 3월 '스타트업'이란 키워드로 컬처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직접 스타트업을 말하지 않았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임원들에게 '신경영'을 주문했던 것과 비교됐다. 대신 전문경영인인 권오현 회장(당시 부회장)과 윤부근 신종균 부회장(당시 사장)에게 스타트업 정신을 전파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의 마지막 미션이었다. 권오현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신종균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다.

삼성전자는 젊고 역동적인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해 기업문화 혁신에 나섰다.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바꾸기 위해 직급과 호칭, 회의와 보고·제안 방식, 야근 관행 등을 바꾸고 있다. 인사 혁신을 통해 기업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병행됐다.

이번엔 60세 이상 사장들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2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윤주화 삼성사회봉사단장(64), 김종호 글로벌품질혁신실장(60),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60), 장원기 중국전략협력실장(62), 정칠희 종합기술원장(60) 등 60세 이상 사장이 모두 퇴임했다.

내부적으로도 회사가 피라미드가 아닌 역피라미드 구조로 변하고 있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 중 약 1%만 임원이 될 수 있다 보니 '만년 부장'의 수도 크게 늘어났다. 실무직보다 관리직이 많아지다 보니 실제로 일을 할 만한 직원의 수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파격적인 조치로 인적 쇄신 내지 세대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왜 하필 '60세냐'란 의문도 제기된다. 성과주의를 인사원칙으로 내세울 만큼 선진적 인사 시스템에서 너무 단순한 잣대로 퇴임자를 선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성실도나 성과 등 좀 더 직관적인 기준을 내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반문도 제기된다.

예외도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불릴만한 이인용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 대표적이다. 이인용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된 상황에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지난 12년간 삼성의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며 수많은 우여곡절을 부드럽게 넘긴 인물이다.

이 부회장이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대국민 사과를 위해 공식석상에 처음 나설 당시 이 사장이 기자회견 진행을 맡았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조직이 있을 때였고 그룹 이슈였기 때문에 삼성전자 소속인 이 사장이 담당하지 않아도 됐던 일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한 이 사장이 동석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이인용 사장을 포함해 60세 이상 사장들을 예외없이 물갈이했다. 성과나 성실도 등 주관적 잣대가 개입될 경우 오히려 뒷말이 나올 우려가 크다. 단순하면서 명확한 메시지로 '60세' 정년이란 기준을 제시했고, 세대교체와 조직 쇄신의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을 쇄신해야한다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주관적 잣대로 잡음이 나오면 쇄신의 원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젊고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운 만큼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 교체에 나서고 그만큼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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