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쪼개고 합치며 대부업까지 손뻗은 청호 [렌탈전성시대]⑤마트·화장품·부동산·금융까지…계열사 밀어주기도
서은내 기자공개 2017-11-24 08:11:39
[편집자주]
가전업계에 '렌탈' 붐이 일고 있다. 전통적인 렌탈 강자 '코웨이''청호나이스' 외에 SK매직 등 제조 기반 업체들도 렌탈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밥솥 회사인줄 알았던 쿠쿠전자는 이미 렌탈 매출 비중이 30%다. LG·삼성 등 대기업도 가세했다. LG전자는 정수기·건조기·청소기에 이어 스타일러까지 렌탈을 시작했다. 가열되는 렌탈 시장 속 업체별 승부수는 무엇인지, 각각의 재무 상황과 주요 이슈까지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3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휘동 회장이 이끄는 청호그룹은 25년간 정수기 사업 외에도 갖가지 사업에 진출해왔다. 그 과정에서 (주)청호나이스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계열사들이 수차례 간판을 바꿔달거나 서로 합치고 쪼개졌다.청호나이스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거나 청호나이스와 특수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10여곳 정도다. 이들 계열사들은 서로 매출,·매입,·대여 관계로 얽혀있다.
가장 오래된 곳은 마이크로필터다. 정수기 필터를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며 2002년에 설립됐다. 정휘동 회장의 동생 정휘철 부회장이 운영 중이며 지분의 80%가 정 부회장 소유다. 나머지 20%는 정휘동 회장의 부인 이경은 씨가 가지고 있다. 또 2009년 설립된 엠씨엠은 수처리막·큐빙 등 정수기 부품을 제조하고 있으며 정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마이크로필터와 엠씨엠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966억 원, 508억 원이며 그 중 40%, 44%가 청호나이스를 포함한 계열사들과의 거래액이다. 2015년 내부 거래액은 각각 매출의 44%, 47% 정도다. 매출의 절반 가량이 모회사와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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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나이스는 대부업 관계사인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에도 자금을 대여하고 있다. 대여 금리는 4.7%(지난해 기준) 수준이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가 청호나이스로부터 받은 차입금 잔액은 253억 원으로 대부업체 자산(424억 원)의 60%를 차지한다.
즉 청호나이스가 렌탈사업으로 거둔 자금은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로 흘러가 개인 대상 대부업에 활용됐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는 청호에서 5%가 안되는 이율로 돈을 빌려 대부업 최고 금리인 28%까지 개인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고 있다.
10년 전 정 회장은 6억 원을 투자해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를 만들었다. 현재 정 회장과 이석호 대표이사가 각각 99.7%, 0.3%씩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곳의 지난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48억 원, 37억 원이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는 한때 정 회장이 차입금을 댄 것과 관련해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던 곳이다. 당시 정 회장은 검찰 기소 후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 회장이 국내 계열사와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를 통해 받은 배당 수익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30억 원, 22억 원이다. 그 중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에서 지난해 받은 배당금은 14억8000만원이며 2015년에는 없다.
정 회장은 개인 소유인 대부업체 동그라미2대부도 운영하기도 했다. 동그라미2대부는 2015년까지90억 원을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에 빌려준 바 있다.
1993년 청호인터내셔널로 시작한 청호나이스는 제조업체(청호정밀), 용역업체(청호나이스), 판매업체(청호물산)를 주축으로 정수 사업을 전개했다. 정수 사업만 했던 건 아니다. 이후 청호나이스화장품, 나이스마트, 팀파트너스, 동그라미대부 등 계열사를 설립하면서 화장품·할인마트·부동산·금융업까지 사업 무대를 넓혔다.
정수기 사업 관련 계열사들은 이름이 바뀌거나 합병되면서 결국 청호나이스로 흡수, 정리됐다. 할인마트업체 나이스마트가 정수기업체로 변경돼 간판을 씨이로 바꾼 후 청호나이스에 흡수합병되기도 했다. 청호물산, 청호테크, 청호인텍, 일렉트로닉스, 청호디지털 등은 모두 이름이 바뀌거나 소멸된 업체들이다. 현재 재무제표상 확인되는 업체는 마이크로필터와 엠씨엠 정도다.
10년전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청호나이스는 중국 메이디와 손잡고 정수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청호와 메이디는 각각 4대 6, 6대 4로 공동 출자해 조인트벤처 '불산시미디어청호정수설비제조유한공사(메이디청호)'와 '불산시마이크로미디어필터제조유한공사(마이크로메이디)'를 만들었다. 중국 진출을 타진 중이던 청호와 기술력 있는 해외업체를 물색하던 메이디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중국 진출은 현지 회사가 없이는 힘들기 때문에 그곳 사정을 알고 사업 확장이 가능한 합자법인을 운영하게 된 것"이라며 "중국은 아직 정수기 보급률이 높지 않아 시장 전망이 더욱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인트벤처 두곳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1480억 원이며 2014년(963억 원)에 비해 54%가량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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