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24일 08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람은 많은데 일할 사람은 없다."요즘 삼성맨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2008년 매출 100조 원을 돌파한 삼성전자는 10년 만인 올해 매출 250조 원을 눈앞에 두는 등 회사 규모가 2배 이상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정작 일할 사람은 없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관리의 삼성으로 정평이 나있는 삼성에서 노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과장 10년차가 버젓이 회사를 다닐 정도로 직급 장기체류자도 늘었다. 이들은 고과불량, 승진낙방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고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업무가 가중됨에 따라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지금이 딱 좋다는 것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줄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2년 만에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퇴임 기준을 '나이'로 정한 것도 이 같은 내부 상황을 방증한다. 만년 과장·차장·부장 등 관리직이 늘어나며 조직이 역피라미드 구조로 변함에 따라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쇄신이 절실했다. '이재용의 사람'으로 불리던 사장들도 60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예외 없이 모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재계에서는 삼성에 직급 장기체류자가 늘어나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의 인사 특징 중 하나로 발탁승진이 꼽히는 것처럼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조직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발탁승진으로 선후배 역전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공식적으로 직급 정년제를 운영하진 않지만 만년 부장들에게는 부서 이동 등으로 퇴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올해 발탁 승진자는 15명뿐이었다. 사상 최대 발탁 승진자를 내놓은 2014년(50명)보다 70%가량 줄었다. 전체 임원 승진자 수는 비슷한 것을 보면 발탁 승진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에 삼성의 경영 기조가 관료적 형식주의에 얽매이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기민하게 관리하지 못한 조직이 벌써 비대해져 느슨해지고 있다는 우려다.
용퇴를 선언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금을 위기의 시작점이라고 표현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이미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가전 사업들이 가려질 수 있는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지난해 '스타트업 삼성'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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