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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재단, '선택과 집중' 그룹과 닮은꼴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오리온그룹]②장학·미술·학술로 넓힌 사회공헌, 유아교육으로 단순화

노아름 기자공개 2017-12-12 08:49:35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6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의 유일한 공익재단인 오리온재단 변천은 그룹 재편 과정을 빼닮았다. 장학사업에서 시작해 미술·학술 등으로 목적사업을 넓힌 오리온재단은 현재 유아교육 등으로 공익사업 범위를 좁혔다. 오리온그룹 역시 동양그룹 계열분리 이후 식음료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사업 집중을 꾀했다.

오리온그룹은 영화·방송 등 미디어산업에서 농구단·스포츠토토 등 레저산업에 이르기까지 직간접 체험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부침을 겪으며 다시 본업으로의 집중을 꾀한 오리온그룹은 최근 강점을 지닌 제과부문을 주축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외 식음료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과거 편의점, 패밀리 레스토랑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진출했다. 다만 전략적 판단에 따라 현재 각 사업부문에서 손을 뗀 상태다.

1990년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설립한 오리온그룹은 2006년 지분 전량을 미국계 사모펀드(PEF) 유니타스캐피털에 매각했다. 1999년 설립한 영화관 메가박스 역시 2007년 호주계 맥쿼리펀드에 팔았다.

이어 2009년 이후 한 차례 더 사업부문 정리가 이뤄졌다. 2009년에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했고 이듬해에는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 운영사 롸이즈온을 바른손에 넘겼다.

오리온재단 2편_현황
<출처: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공익재단이 걸어온 길 역시 역시 그룹의 재편 과정과 판박이다. 오리온그룹이 종(縱)과 횡(橫)으로 사업을 확대한 뒤 이를 다시 추려 핵심부문만 남겼듯 오리온재단 역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가 지원대상의 범위를 좁히는 방식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벌였다.

오리온그룹은 1987년 '서남장학재단'을 설립하며 공익사업을 체계화했다. 고(故) 이양구 창업회장의 사회공헌 의지가 발현된 공익재단은 장학금 지급을 시작으로 학술·문화 연구단체 및 개인 활동, 교육기관 지원 사업 등으로 목적사업을 추가했다.

공익사업이 꽃을 피운 시점은 이 창업회장의 부인 이관희 씨가 이사장에 오른 1989년 이후다. 초창기 공익재단 운영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불과했다면 이후에는 유아교육으로 활동 보폭을 넓혔다.

오리온재단은 국제유아교육 심포지엄, 발도르프 유아교사 교육과정을 주최해 유아교육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기존 동양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발간했던 서남동양학술총서 등 학술사업과는 별도의 사업이다.

출발은 이 창업회장이 오리온재단에 출연한 사택에서 비롯됐다. 오리온그룹은 이 창업회장이 오리온재단에 출연한 사택을 1991년 비영리 어린이집으로 개원했다. 이후 오리온재단은 삼척과 익산에 별나라어린이집을 추가로 오픈해 총 3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다만 오리온재단은 이르면 내년 유아교육 사업을 순차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가 다시 본업 집중을 꾀한 그룹의 전략과도 무관치 않은 행보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유아교육사업은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온재단은 앞서 학술사업 또한 종료했다. 오리온재단은 2014년 출간한 제74호 '근대중국의 민족서사와 젠더'를 마지막으로 학술사업을 종료했다.

이는 2013년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따라 계열 지원에 변화가 생긴 탓이다. 오리온그룹은 계열사 주식 및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배당금 등으로 공익사업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따라서 계열사의 기부금 및 부동산 수익 등에 따라 목적사업 규모가 좌우되는 구조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오리온재단은 교사교육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발도르프유치원연합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며 "다만 소외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등에 집중하기 위해 유아교육사업을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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