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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조→1.6조' 인수價 다운?…헐값 매각일까 [대우건설 M&A]매각대상 주식 '주가·지분율' 큰 차이, 자산가치도 달라져

김장환 기자공개 2018-01-29 11:31:55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6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두고 '헐값 매각'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과거 금호산업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천문학적 가격을 써낸 반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호반건설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까지 합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현 시점의 대우건설은 금호산업이 인수할 당시와 비교해볼 때 매각가 차이를 지닐 수밖에 없는 다양한 원인들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매각 주식수에서부터 주가, 자산 가치 등 과거와 현재의 대우건설 매각 조건은 크게 다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지적과는 전혀 다른 그림들이 펼쳐지는 셈이다.

◇금호-호반 인수가격차 '주가·지분율' 감안 필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금호산업을 필두로 계열 전반과 재무적투자자(FI)가 참여한 컨소시엄(이하 금호)을 구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금호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이 들고 있던 대우건설 지분 72.19%를 사들이면서 무려 6조6000억원을 지불하기로 한다. 이는 훗날 금호그룹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단초가 됐다. 그리고 금호그룹은 2010년 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토해낸다. 인수 4년 만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대우건설의 새로운 인수 후보로 호반건설이 등장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19일 실시된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매물로 내놓은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를 먼저 인수하고 잔여지분을 2~3년 뒤 사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분 40% 인수가는 1조3000억원. 잔여지분까지 모두 인수하면 1조6000억~1조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우건설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우려를 지속해 내놓고 있다. 과거와 지나치게 큰 가격차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사업적 측면(시공순위 등)에서 보면 예나 지금이나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정작 매각가는 과거 수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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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네이버 금융.

그러나 과거와 지금은 매각 조건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주가 흐름이 판이하다. 금호가 사들였던 대우건설 주식수는 총 2억4493만3274주, 주당 가격은 2만7000원대다. 매각전이 개시됐던 시점인 2006년 초 대우건설 주가는 1만5000원 안팎에 머물다가 본입찰이 있던 그 해 6월 1만9000원 후반까지 올랐다. 금호 측에서는 대우건설 인수 경영권 프리미엄을 약 40% 가량 지불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추세는 전혀 달랐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공개매각 절차를 개시한 후에도 대우건설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호반건설과 중국계 업체 두 곳을 인수예비후보로 선정한 후에도 대우건설 주가는 5000원선에 머물러 있었다. 이달 19일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소폭 오름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26일 현재 장 마감 주가는 6070원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측인 산업은행에 제시한 인수희망가는 주당 7600원이다. 본입찰 전 주가(약 5500원)로 따져보면 20%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값이다. 다만 풋옵션 계약을 맺고 2~3년 후 인수를 해야 할 산업은행 보유 대우건설 잔여지분 10.75% 인수가격은 주당 7600원을 크게 웃돌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원하고 있는 잔여지분 인수 가격(약 5000억원)을 호반건설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가정하면 30%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결과가 된다.

◇'알짜자산' 다수 매각, 재무건전성도 '약화'

호반건설이 인수하고자 하는 대우건설 지분율이 과거 금호가 사들였던 지분율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06년 금호가 가져간 대우건설 지분은 72.19%였고, 호반건설이 사들이려고 하는 지분은 50.75%다. 경영권은 충분히 확보 가능한 수준이지만 '50+1%'에 못 미치는 지분이다. 금호가 대우건설 지분을 사갔던 당시와 경영권 프리미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얘기다.

대우건설은 금호가 인수했을 당시보다 재무건전성도 좋지 않다. 2005년 말과 2017년 9월 말 연결기준 순자산은 각각 2조4268억원, 2조4609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부채 규모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2005년 말 3조3583억원이었던 부채총계가 2017년 9월 말 기준 7조원이다. 140%대였던 부채비율이 300% 가까운 수준까지 올랐다.

또 다른 변화는 금호그룹에 편승됐을 당시부터 대우건설이 '알짜배기'였던 유형자산 상당수를 매각해버렸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호에 인수된 직후 가장 먼저 팔았던게 대우센터(서울역 옛 그룹본사 사옥)였다"며 "소위 '승자의 저주'에 빠졌던 금호가 당시 정상화를 위해 여타 유형자산도 상당수 매각했기 때문에 당시와 지금은 자산 구성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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