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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바이오주 할인율 규정 형평성 논란 과거 대부분 허용, 거래량 늘자 돌연 규제 방침…시장 혼란 가중

피혜림 기자공개 2018-02-08 10:11:20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6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코넥스 이전상장 기업에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몇년 전까지 코넥스 기업들은 이전상장 공모가액을 주가에서 30% 이상 할인한 금액으로 설정하는 게 암묵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최근 엔지켐생명과학을 기점으로 '확정 공모가를 코넥스 주가의 70%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모가를 밴드 이상으로 올리거나 심지어 수요예측을 다시 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과거에 비해 코넥스 거래량이 급증해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는 동일한 규정을 최근에야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서 유연성 없이 규정을 들이댈 경우 시장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퓨쳐켐·캔서롭 됐지만 엔지켐 안 돼…규정 적용 형평성 논란

지난달 엔지켐생명과학은 코스닥 이전상장 증권신고서를 철회했다. 수요예측 결과는 748.05:1로 대성공이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은 주권상장기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공모가액을 청약일 전 3~5영업일 가중산술평균 주가의 30% 이내로 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모 참여자가 저가로 주식을 매수하거나 최대 주주가 저가로 주식을 판매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첫 증권신고서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를 2만7000~3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4만원 중반대로 공모가액을 결정했지만 코넥스 주가가 치솟으며 금융위 규정에 걸렸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공모가액을 5만6085원 이상으로 설정해야 했다.

이 조항은 엔지켐생명과학 이전에는 코넥스에서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 2016년에 상장한 방사성의약품 제조 및 판매사 퓨쳐켐은 1만5000원의 공모가액으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마쳤다.

청약 3~5일 전 퓨쳐켐의 코넥스 주가는 각각 2만6800원, 2만7000원, 2만4000원이었다. 거래량을 감안해 평균 주가를 계산해도 2만6800원이 넘는다. 최대 할인율인 30%를 적용하면 공모가액은 1만8770원 이상이어야 했다. 금융당국의 규정에 맞춰 공모가액을 설정하면 퓨쳐켐 시가총액은 당초 공모가액 적용시 산출되는 864억원에서 1081억원으로 증가한다. 금융당국의 규정이 동일한 기업의 시가총액을 217억원가량 높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코넥스 주가를 반영해 공모가액을 높이면 청약에서 실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며 "그때는 코넥스 시장의 거래량이 많지 않아 기존 주주 보호보다는 수요예측에 따라 공모가액을 결정하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진단시약 개발 및 판매업체 캔서롭은 확정 공모가액 4만원으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완료했다.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3000~4만원이었다. 이 때 희망 밴드 역시 당시 주가보다 큰 폭으로 할인된 금액이었다. 당시 규정을 적용하면 밴드 최상단은 제시 수준보다 33.9%를 상회하는 금액을 적어내야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해당 규정에 따라 공모가액을 설정하면 시가총액은 기존 공모가액보다 358억원 증가한 1358억원으로 급증하는 꼴이었다.

금융당국은 "지금은 담당자들이 바뀌어 당시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며 "코넥스 주가를 법에서 예외로 둔 조항이 없는데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넥스 1등 기업이라 더욱 예외로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가 급등에 대안 없는 규정…성장 인큐베이터 가로막는다

문제는 코넥스 주가가 계속 높아질 경우 수요예측 결과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엔지켐생명과학처럼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금액을 받아 적정 가격을 결정했어도 주가에 맞춰 희망 공모가액을 고쳐야 하는 상황을 되풀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하던 오스테오닉은 주가 상승 추이에 맞춰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금액을 6800원에서 7500원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계속된 주가 상승으로 청약 3~5영업일 전 주가가 1만1000원을 상회했다. 30% 할인율을 적용해도 희망 공모가액 상단 금액보다 3%정도 초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주가를 반영해 확정 공모가액을 밴드 상단 이상으로 높이거나 밴드 가격을 높여 다시 수요예측을 진행해야 규정에 따라 이전상장을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 5-18조 조항에 대해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할 코넥스가 해당 규정으로 인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가로막는 성장 장애물이 된 꼴이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이전상장 결정을 내리면 코넥스 주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는데 그 가격에 맞춰 할인율을 적용하면 인기 기업 이외의 회사들은 미청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코넥스 주가와 미배정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전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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