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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회의실 문 박차고 나온 산은 [대우건설 M&A]뒤늦게 해외 부실 보고 받아, 호반건설 "M&A 절차 중단" 선언

김장환 기자공개 2018-02-08 11:38:36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8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확실시 됐던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무산된 건 해외 사업장 부실이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에도 지금까지 관련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뒤늦게 대우건설로부터 보고받은 산업은행 고위 경영진은 참다 못해 대우건설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분개했다고 전해진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 실무진을 하루 전 불러 대우건설 모로코 화력발전소 사업장의 대규모 부실 사실을 통지했다. 이날은 산은과 호반건설간 양해각서(MOU)를 맺기로 한 기한의 마지막 날이다. 호반건설측은 산은으로부터 통지를 받은 지 하루 지난 이날 "M&A 절차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해외 부실을 첫 보고 받은 건 수일 전이다. 이달 있었던 산업은행 PE실 관계자들과 대우건설 실무진 회의에서 모로코 해외사업장 대규모 부실이 첫 언급됐다. 모로코에서 수년전 수주한 화력발전소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사원가율이 급증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보고가 나왔다. 산은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 보고가 올라가자 산은 고위 경영진은 대우건설 본사로 급히 자리를 옮겼다. M&A가 진행되는 와중에 있었던 실사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부실이 어떻게 MOU 체결 직전에 보고됐는지 경위파악을 시작했고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대우건설 실무진을 추궁했다. 설명을 듣고 난 산은 고위 경영진은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실을 산업은행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매각 거래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되던 와중에 관련 보고가 나오자 대우건설 실무진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며 "관련 손실 규모가 상당 수준이어서 대우건설 관계자들도 상당히 놀란 눈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이처럼 대규모 부실을 산업은행에 뒤늦게 보고한 것을 두고 조직 내부에서도 다양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모로코 관련 부실을 알린 게 호반건설로 매각을 막기 위한 대우건설 내부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들린다.

기본적으로 대우건설 임직원은 호반건설에 매각이 이뤄진다는 점을 마땅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우건설은 과거 대우그룹의 '본산'과 같은 곳이다. 건설 시공능력도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최근 들어서야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등 덩치를 키운 호반건설을 곱게 바라보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산업은행과 호반건설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호반건설은 이번주부터 대우건설 정밀실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특히 실사 과정에서 해외 공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었다.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 잠재 부실이 상당 수준이라는 업계 전망이 지속해 나왔었기 때문이다.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부실 규모에 대한 의구심 증폭, 산업은행의 기업 관리 부실 문제 등이 당장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하루 전 실적발표를 한 터라 분식회계 가능성도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으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후 이날 오전부터 긴급 회의에 돌입했고 최종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호반건설 M&A 관계자는 "지난 3개월여 간의 인수 기간 동안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과 노동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우건설이라는 상징적 국가기간 산업체를 정상화 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해왔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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