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13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의 해외건설 프로젝트를 경고한 한 장의 보고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을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오버랩된 리포트다.지난해 초반 나이스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해외건설 프로젝트 손실 얼마나 남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리포트는 '대우건설의 대규모 손실인식이 타 건설회사보다 높은 수준의 보수적인 예정원가율 적용에 기인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분석이 시작됐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 작성의 구체적 동기가 바로 대우건설이었다.
신평사마다 건설사를 평가하는 잣대는 조금씩 다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체적인 평가 지표를 활용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2016년 9월 기준 수치를 토대로 지난해 완공예정프로젝트 및 2016년 완공프로젝트의 미청구공사와 누적공사수익이 평균 수준보다 각각 4.7%포인트, 1.1%포인트를 초과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점화됐을 때 해외 프로젝트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진단한 전문가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에 아직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경종을 울린 애널리스트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에선 지난해 초반부터 부실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사실 신평사는 회계법인과 달리 실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한정된 정보를 잣대로 회사의 크레딧을 평가해야 한다. 기본적인 분석 도구가 모두 발행사가 직접 제공한 재무제표와 정보를 토대로 갖춰진다. 이런 와중에도 증권사와 다르게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부실 징후를 들춰내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핵심 리포트는 모두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고 '당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외건설 프로젝트에 한번이라도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했는지 의문이다. 찬양 일색인 패러다임 속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 과연 모든 과실을 덮는 면죄부가 되는지 묻고 싶다.
호반건설의 야심이 좌초되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리포트를 찬찬히 읽어봤다. 신평사 입장에선 대우건설 역시 중요한 고객이다. 비즈니스를 떠나 회사 담당자와 쌓아온 친분도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보고서를 작성했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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