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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민·이현승 각자대표, 윤회장이 직접 꺼낸 카드 [지배구조 분석] ③경쟁체제로 윤회장 영향력 강화, 은행 영향력 여전히 막강

서정은 기자공개 2018-03-26 14:41:00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2일 0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계열사 임원 회의에서 KB자산운용을 '브레인' 혹은 '엔진'에 비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KB금융그룹의 경쟁력은 결국 자산운용 역량에서 나온다고 본 것이다. 내부에서도 "윤 회장 덕에 운용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왔다.

윤 회장의 구상에 따라 대표이사는 전문성이 있는 외부 인력으로 채워졌으며, 올해 초 단독대표에서 각자대표 체제라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여기에 계열사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 부동산, 경영관리, 위험관리, 준법감시인 등 곳곳에 국민은행 출신들을 배치시키고 있다.

◇직접구인 조재민·이현승 '경쟁체제', 윤 회장의 복안

KB자산운용 내 윤종규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은 단연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다. 조 대표는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씨티은행 서울지점 자금부, 동양증권, 크레디트아그리콜 홍콩지점, 스탠다드뱅크 홍콩지점 등에서 외환·채권 딜러로 활약한 인물이다. 마이다스에셋 대표이사를 거쳐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KB자산운용을 이끌어왔다.

그는 KB자산운용을 떠난지 약 4년만인 2016년말 KB자산운용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그 이전부터 회사 내부에서는 윤 회장이 조 대표를 다시 찾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이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능력을 중시하는 윤 회장 특성상 검증된 인력을 수장으로 앉힐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조 대표는 과거 윤 회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위험관리책임자(CRO)를 맡으며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시기 KB자산운용에서 일을 했다. 신상품 펀드 확대, 운용자산 증가 등을 꾀한 조 대표의 경영능력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2013년 7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KB금융을 떠났다는 점에서 묘한 인연도 있다.

조 대표의 복귀 1년만인 지난해 말 KB자산운용은 다시 변화를 맞았다. KB금융지주는 계열사 11곳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이현승 전 현대자산운용 대표를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 이 대표만을 남기고 현대자산운용을 매각한 셈이었고 그만큼 윤 회장이 그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은 단독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 대표는 행정고시 32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메릴린치증권 투자은행(IB)부문 이사, GE에너지코리아, SK증권,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사장 등을 역임했다.

KB자산운용의 전통자산부문은 조 대표가, 대체자산부문은 이 대표가 맡고 있다. 사실상 조 대표의 입지가 다소 좁아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경쟁구도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윤 회장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성과지상주의를 강조하는 윤 회장의 철학이 KB자산운용에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조직도

◇은행 출신 전진배치, 거대 채널 활용 극대화

통상적으로 금융그룹에 속한 운용사의 경우, 은행 출신들이 요직에 앉기 마련이다. 이들은 보통 마케팅총괄(CMO)이나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하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계열사로 임원들을 옮겨 '예우'를 해줄 수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모행과의 관계를 통해 펀드 판매를 확대하고 금융그룹 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KB자산운용도 이같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윤종규 사단'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이미 핵심 본부 내에는 국민은행 혹은 KB금융 출신들이 하나둘 자리잡고 있다. 특히 KB자산운용의 미래 수익원으로 꼽히는 부동산 등 대체투자 본부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계열사와의 협업을 중점에 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이 2014년 11월부터 3년간 국민은행장을 겸직한 것을 고려하면 윤회장의 영향권 안에 KB자산운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는 유경민 부사장과 위험관리책임자인 김영석 상무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 부사장은 국민은행 소비자보호본부 상무, 경서지역영업그룹 대표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금융당국이 준법감시인의 직급을 집행임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KB자산운용은 지난해 그를 준법감시인으로 맞이했다. 김 상무는 KB금융지주 회계부장, 국민은행 명동대기업금융센터장을 거쳐 2016년 10월부터 KB자산운용에 오게 됐다.

이밖에 하재진 경영관리본부장은 국민은행에서 WM사업부서를 거친 인물이다. 조직 전반을 관리하는 경영관리본부장에 WM사업부서 출신 인물을 앉혔다는 점에서 모행과의 관계를 크게 의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명재 부동산운용본부장 또한 프로젝트금융부 팀장 출신이다. KB자산운용의 경우 과거 인프라운용본부, 부동산운용본부, 기업투자본부 조직 일부를 떼어내 대체투자 전문 신설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보류한 바 있다.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대체투자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운용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고 보고, 이들을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KB금융지주에서도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는만큼 수장들 또한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들도 배치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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