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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암호화폐 규제기조 변화줄까 G20서 공동 규제안 논의 미뤄 '관망세' 유지할 듯…'자산·상품' 인정 분위기 감지

안경주 기자공개 2018-03-27 09:42:07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6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킨 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기조가 강하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 방침도 강도 높은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20개국(G20) 경제수장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공동 규제방안 마련시기를 늦추면서 국내 암호화폐 규제도 완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가 그동안 암호화폐 관련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국내 규제안을 마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암호화폐를 자산이나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면서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G20 합의 불발, 규제 기조 유지할 듯

2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암호화폐 규제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조세 회피와 범죄 악용을 위한 자금 세탁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공동 규제안 발표 대신 암호화폐 관련 연구와 모니터링을 함께 하기로 합의하는데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공동 규제안을 마련하기에는 아직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아직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G20 회의에서 암호화폐 관련 공동 규제안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금융당국 등 정부는 향후 규제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당초 G20 회의에서 논의된 국제 공동 규제안을 토대로 국내 암호화폐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안팎에선 오는 6월 중순 서울에서 G20 회원국을 대상으로 암호화폐·블록체인 관련 국제금융 컨퍼런스가 개최된다는 점을 감안해 6월초께 암호화폐 규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암호화폐 거래 규제에 앞장서고 있는 금융당국도 G20 회의 결과에 따라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앞선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구체적인 국제 규제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가이드라인 수준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고 수준에서 그쳤다"며 "7월 G20 회의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만큼 (암호화폐 규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기존의 암호화폐 규제안을 유지하면서 주요 국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G20 내에 의견 차가 있지만 아직 국제 공조가 깨진 것은 아니다"며 "아직 G20 차원의 규제안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별도의 규제방안을 내놓기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당분간 현 상황을 유지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 또는 상품 인정, 변화 조짐은 있어

다만 암호화폐를 자산이나 상품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는 고강도 규제에 초점을 맞춰왔던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규제안이 완화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암호화폐는 화폐로 보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산이나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간 암호화폐를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이에 암호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투기 열풍을 이유로 거래 규제에 나섰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등을 통한 제도권 편입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당국의 입장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당국이 중앙은행의 입장에 반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규제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상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를 자산 또는 상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 등 규제 기조도 완화될 여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선 것도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를 인정하고 자금세탁 방지 등 대책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권에 준하는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또 의심거래보고(SRT), 고액현금거래보고(CTR), 고객확인(CDD)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현금 등 금융자산과의 교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자금세탁 행위 방지 의무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를 자산이나 상품으로 본 셈이다. 이 역시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과세방안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를 자산이나 상품으로 본다면 암호화폐 거래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기 위해선 이를 과세대상에 추가하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검토 중에 있으며 오는 8월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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