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주주친화 거버넌스' 임시답안 명암 '첫 타자' 현대글로비스, 길재욱 교수 사외이사 선임···추천위 비공개 등 한계
박기수 기자공개 2018-03-27 08:29:07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6일 15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화하겠다는 시그널만 줘라. (지배구조 관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빅 리스크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을 향해 한 말이다. 대기업 지배구조에 과감히 칼을 댔던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에만큼은 유예 기간을 뒀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적어도 수조 원이 드는 작업이다. 이를 인지한 김 위원장은 변화 그 자체 대신 변화의 조짐을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주주 친화 거버넌스'라는 임시 답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제도가 그것이다. 올해 도입한 이 제도는 주주의 손으로 직접 사외이사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제도가 순환출자 해소 및 지배구조 개선의 명확한 전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간 경직됐던 현대차그룹의 거버넌스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첫 신호탄은 이번 달 16일 현대글로비스에서 쏘아 올렸다. 마침 사외이사 변경 시기를 맞은 현대글로비스는 새로운 사외이사를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로 뽑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부 동문이자 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길재욱 교수가 주주 친화 거버넌스의 선봉장이 됐다. 지난 16일 현대글로비스의 주주총회에서 길 교수는 사외이사로 발탁됐고, 이어 열린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로 최종 임명됐다.
통상 국내 대기업들은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를 이사회 내에서 신임해왔다. 이사회 입맛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구조 탓에 독립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번 현대차그룹이 내건 주주 친화 거버넌스에도 경제개혁연대 등 지배구조 연구소에서는 "그간 현대글로비스의 사외이사가 지금까지 주주 의견을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 밖에는 수행하지 못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길 교수는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의 추천을 받고 후보군에 올랐다. 후보군에 오른 길 교수는 그룹 외부에서 조직된 거버넌스 전문 자문단에 의해 최종 후보군으로 '필터링' 됐다. 현대차그룹은 철저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룹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인사 담당자들을 조직했다.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에서 현대차그룹이 자유로울 수 있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더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길 교수를 추천했던 주주는 누구고, 추천 사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룹 외부에서 조직된 자문단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공개됐다면 현대차그룹이 제도를 시행하며 역설했던 투명성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가 지배구조 전문가는 "현대글로비스의 주요 주주가 정몽구·정의선 부자(29.9%)이기에 주주 친화 거버넌스가 자칫 오너 일가의 영향력 상승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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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문단 구성이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오히려 공개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둘릴 수 있다"며 "이번에 현대글로비스에서 선임한 길재욱 교수 역시 철저히 그룹 외부에서 선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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