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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장애물 극복한 더블스타의 금타 인수 2016년 1월부터 검토…우선매수권·노조 반대에도 뚝심 드러나

윤지혜 기자공개 2018-04-04 10:48:58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3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더블스타가 마침내 금호타이어를 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맨 처음 검토한 시기가 2016년 초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여만의 결실이다. 더블스타는 2017년 공개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2018년 프라이빗딜에서 배타적협상자로서 두 번 인수를 시도했다.

지난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지속적으로 경영난을 겪었던 금호타이어 매각은 결코 쉽지 않은 거래였다. 글로벌 업계 상위권을 차지한 회사였던 만큼 해외 자본에 팔릴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이나 먹튀 우려도 나왔고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만큼 정치적 이슈도 복잡하게 얽혔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 논란을 비롯해 상표권 분쟁, 노조의 반대 등 결코 쉽지 않은 장애물을 맞닥뜨리면서도 더블스타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뚝심이 거래 성사의 '키'라고 입을 모았다.

◇악재에도 흔들림 없는 뚝심 행보…2년만에 인수 성공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맨 처음 검토한 시기는 2015년 말~2016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계에 더블스타의 존재가 알려진건 2016년 가을 금호타이어가 공개경쟁입찰이 시작된 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린 이후지만 사실 더블스타는 훨씬 전부터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가졌었다. 채권단이 2016년 2월 금호타이어 매각 타당성 조사를 시작할 무렵 이미 더블스타는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Rothschild)를 고용하기도 했다. 로스차일드는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의 이탈리아 피렐리타이어 인수를 자문한 경험이 있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글로벌 상위권을 차지하고자하는 아시아의 후발업체들이 눈독을 들였지만, 딜이 진행되면서 남다른 더블스타의 인수 의지가 드러났다. 우선 더블스타는 입찰에서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베팅하며 다른 후보들보다 고점을 차지했다.

또한 많은 인수 후보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채권단은 과거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할 때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당시 사장에게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한 우선매수권한을 줬다. 시장에서 우려한 것처럼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권 행사를 빌미로 채권단과 지리한 공방을 이어갔다.

중국계 투자자인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중도에 물러서지 않았다. 매각자인 산업은행 조차 온갖 논란에도 더블스타가 인수 의사를 피력했다는 점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된 후 2018년 다시 인수를 추진한 더블스타는 이번에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경영이 악화된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하려면 노사의 고통분담이 수반된 자구안 이행이 필요했지만, 노조는 해외 자본 먹튀 우려를 제기하며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임직원 고용 문제가 연일 문제가 되자 더블스타는 제안서에 '전직원에 대한 최소 3년 고용보장'을 담아 노조를 설득했다. 이는 지난 첫 번째 인수를 추진할때 제시했던 2년 보장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노조 동의를 받기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3월30일 자정을 몇시간 앞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와 광주시장 등 관계자들이 설득에 나서자 노조는 마침내 마음을 돌리면서 2년 여만에 인수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노조 동의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만기연장과 더불어 20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더블스타는 경영권 인수금액인 6434억원을 회사 정상화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정치적 해결이 불가능하고 해외 매각 이외에 답이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노조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법정관리에 돌입해 청산하는 것보다 일정한 고용을 보장받고 정상화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 더블스타 의지가 컸기 때문"이라며 "노조가 보인 강경한 태도를 보면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인수를 주저할 수 있는 상황인데 더블스타의 뚝심도 상당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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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 원하는 중국 청도 시(市)의 합작품

이렇듯 더블스타가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이유는 금호타이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더블스타는 2016년 매출액이 금호타이어(2조9472억원)의 28%인 8360억원으로, 글로벌 30위 안팎의 후발 타이어업체다. 중국 내 브랜드 순위 5위로,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승용차용 타이어 부문에선 금호타이어가 앞선다.

여기에는 앞으로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수년전부터 R&D 투자를 진행한 중국 정부가 있었다. 중국이 뒤늦게 타이어 업종에 뛰어든 터라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력이나 브랜드 경쟁력을 가진 대표급 타이어 기업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 켐차이나가 이탈리아의 피렐리타이어를 인수한 것도 R&D 투자보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도약하려는 일환이었다. 그러나 피렐리 같은 고부가 타이어 시장은 중국에선 시기상조였다. 중국 소비자들로선 아직은 타이어 품질도 품질이지만 가격도 중요한 구매 변수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중국 타이어업체들로선 피렐리보단 금호타이어가 더 적합한 타깃인 셈이다.

특히 중국 타이어 메이커들로선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림은 물론 그린필드 투자로는 불가능한 생산 캐파를 단숨에 갖출 수 있게 된다. 중국 업체 중 금호타이어를 누가 인수해도 중국 내 확실한 선도업체 지위를 굳힐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과거 입찰에서 경쟁자로 뛰어들었던 링롱타이어의 경우 현재는 더블스타보다 몇단계 순위가 높은 업체지만,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성공하면 청도 내 순위가 뒤바뀐다. 이 같은 이유로 링롱타이어도 본입찰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고, 타이어 원료를 납품하는 '지프로'도 금호타이어 인수로 벤더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입찰에 임하기도 했다.

비단 더블스타라는 민간업체 한 곳의 생각이 아닌 청도 국유기업이 모여 내린 결정이었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다. 금호타이어 인수주체가 더블스타 1곳이 아닌 청도 시(市) 국유기업을 포함한 4곳의 전략적컨소시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컨소시엄은 중국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그린필드 투자를 단행하는 것보다는 중국 공장을 가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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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 청도 제1공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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