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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가 본 엘리엇 공략포인트는 [엘리엇 재상륙] "선전포고후 구체적 요구 나올 것..지배구조보다 배당확대에 초점"

이승우 기자공개 2018-04-05 09:14: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4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엣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선전포고를 했다. 엘리엇은 최근 발표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로드맵 제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첫발'이라 표현하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이는 시차를 두면서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삼성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엘리엇은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에 현대차그룹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인 엘리엇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주식 투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인 국내 펀드매니저들도 엘리엇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압박에 못 이긴 지배구조 개편만으로 끝나는 게 아닌 주주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투자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깜짝 등장 엘리엇, 절묘한 타이밍

모비스 사업 분할과 글로비스와의 합병이 골자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된 게 지난달 28일이다. 이와 관련된 결의를 하게 될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총은 5월29일로 예정돼 있다. 그 사이 엘리엇이 깜짝 등장했고 두달 가까운 기간동안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을 확정할 수 있는 주주 총회 이전에 존재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게 됐다. 주주명부는 이미 폐쇄된 상황이라 이번 주총을 앞두고 추가 지분 매입은 의미가 없지만 엘리엇이 동원할 수 있는 외국인 주주들은 충분하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엘리엇은 기본적으로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펀드라 메뉴얼대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코멘트를 함과 동시에 모비스 주총 이전이 현대차그룹을 압박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주 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를 쏟아냈던 삼성그룹 사례는 엘리엇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표 대결까지 불사하며 주주총회 이전까지 긴장감이 팽배했던 삼성그룹을 반추해 보면 '한국기업에 대해서도 행동을 하니 결과적으로 수익이 많이 났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CEO 리스크, 정부와의 갈등 등의 원인도 있었지만 강한 압박이 결국 수익을 올려준다는 걸 삼성을 통해 확인했다"며 "적극적인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엘리엇이 최적의 타이밍에 전략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을 통해 엘리엇은 국내에서 확실한 네이밍을 했다"며 "지배구조 개편에 이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존재를 드러낸 건 선전포고라고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로드맵 요구할 것, 결국 배당 확대에 초점"

결과적으로 삼성은 자사주 소각과 배당확대, 액면분할 등 주주 환원정책을 쏟아냈다. 삼성 사례를 감안, 지금까지 나온 엘리엇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견은 원론적인 내용만 담고 있어 엘리엇의 추가 액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를 포함한 주주 이해를 극대화하는 내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부적인 행동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산운용 매니저는 "현재는 선전포고 정도의 내용이지만 레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주주환원책 제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 추가적인 계열사 지분 정리 등에 대한 요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장기 비전에 대한 제시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추가 로드맵 뿐 아니라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사업에 대한 해결책 등에 비전 제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첫 단계를 밟은 상태에서 추가 개편에 대한 로드맵을 일단 확인하고 이후 엘리엇도 그 카드를 보면서 상황에 맞게 전략을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보면 엘리엇이 바라는대로 지배구조와 관련된 장기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지배구조 변화의 정도와 양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와 관련된 법들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냐에 따라 금융업 존속 여부 등 현대차의 비전도 달라질 수 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은 "모비스 중심의 지배회사 체제로 첫발을 디뎠지만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며 "엘리엇 역시 지배구조의 로드맵에 대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결국 이번에 행동에 나선 엘리엇이 요구하는 건 한국기업 모두가 비슷한 저배당 정책에 대한 시정이 핵심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선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정부정책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충실히 이행했다"며 "더 큰 그림은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게 엘리엇의 가장 현실적인 요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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