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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점포에서 직접배송…'물류경쟁력 = 매장' [르포]매장마다 166평 후방공간 마련…할인점 기반 온라인 배송 시스템 68% 구축

노아름 기자공개 2018-05-30 08:00:24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8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 이 차는 신선함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안성 물류센터를 출발한 5톤 화물트럭이 지난 25일 오전 7시 홈플러스 영등포점 2번 도크로 진입했다. 식재료 정시배송을 강조하는 문구를 내건 1톤 탑차 여섯 대가 생크림 요거트, 파인애플 등 갖가지 신선식품을 내려놓고 줄지어 달려나간 직후였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홈플러스의 물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을 찾았다. 대형 물류트럭의 오전 입고 현장을 포함, 온라인 주문에 맞춰 배송되는 신선·가공식품 선별부터 출고까지의 전 과정을 지켜봤다.

2002년 할인점 최초로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 68.3% 점포에 점포 기반 온라인 배송 시스템을 갖췄다. 이 중 영등포점은 홈플러스가 서울 시내에 첫 번째로 선보인 점포로 전자상거래에 대한 홈플러스의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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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7시 홈플러스 영등포점 물류 입고장에 5톤 화물트럭이 도착한 모습. 안성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대형 물류트럭은 이날 오전 6시 30분과 7시 두 차례에 걸쳐 무, 콩나물, 오이, 토마토 등 신선식품을 영등포점에 공급했다.

경쟁사와는 달리 홈플러스는 물류와 관련해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김포와 용인 등 교통 요지에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를 두고 전국 권역의 배송망을 구축한 것과는 달리 홈플러스는 각 점포를 자체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영국 테스코의 색깔이 묻어있는 후방공간과 물류차랑 입출입 공간 덕택이다. 홈플러스는 테스코 합작 이후 지은 점포에 후방공간(Warehouse)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상품 임시 진열공간과 상하차 대기, 물류차량 입출입 공간 등을 통칭하는 후방공간은 홈플러스의 차별성을 극대화해주는 공간이다.

영등포점도 마찬가지다. 지상 1층과 지하 2층에 걸쳐 넓게 마련된 후방공간 곳곳에는 믹서기 등 주방용품 뿐 아니라 장난감, 의류 등의 낱개상품이 보관돼 있다. 물류 입고장 입구에는 낙농유제품의 유통기한, 냉장상품 보관 요령 등이 붙어있어 시선을 돌릴 때마다 식품 관리 규정이 눈에 들어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내 창고와 차량 입출입 공간을 애초에 여유있게 만들었다"며 "후방 통로 폭이 넓어 동선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물류의 적재와 상시 이동이 쉬운 구조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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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피커가 PDA에 신선식품의 바코드를 입력하는 모습. 유통기한 이내의 상품은 피커가 직접 날짜를 입력하고, 기한을 넘긴 상품을 인식시켰을 경우 "다른 상품으로 교체해달라"는 안내메시지가 뜬다.

영국식 매장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4년 이상 경력의 피커(장보기 도우미)와 베테랑 배송기사들이다. 영등포점은 하루 평균 30여명의 이커머스 전담 피커와 배송기사 인력이 근무하는데, 25일 하루 이들이 소화한 온라인 주문량은 총 546건이다.

오전 9시가 되자 피커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류차량이 새벽에 싣고 온 상품이 1차 분류되고 간밤 고객들의 주문 내역이 피커에게 할당된 직후다. 14명의 피커는 회색 바탕에 "장보기 대행중입니다"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힌 조끼를 입고 이커머스실 앞에 동그랗게 모여섰다.

전명희 영등포점 이커머스 실장은 "시금치 등 신선식품 품질을 정확히 확인한 뒤 피킹 부탁드리고 오늘 입고된 오렌지 단호박 주문량 살펴봐달라"며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오늘 하루 힘차게 시작하겠다. 이커머스 파이팅!"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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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9시 피커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선별하고 있다. 점포당 하루 14~16명의 피커가 세 차례에 걸쳐 장보기 대행을 진행한다.

고객 주문 물품을 찾는 피커의 뒤를 좇았다. 은색 트롤리에 담긴 트레이 6개는 15분만에 가득찼다. 부드러운 찌개용 두부 1팩을 파란색 트레이에 담은 피커는 주문지 목록에 적힌대로 한우, 폭립, 계란을 차례로 선별했다. 이후 색깔이 노랗고 무르지 않은 골드키위 10알을 고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0분 남짓.

빠른 속도로 장보기 대행을 마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테스코 시절 전수받은 노하우가 자리한다. 피커는 단말기(PDA)에 입력된 그림과 숫자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분류한다. '물결모양. 007. 1A 07 AM'라고 적힌 스티커를 본 뒤 A 차량에 실릴 7번 고객의 바구니에 물결모양 주문목록에 맞는 상품을 골라 담는 방식이다.

전 이커머스 실장은 "주문순간 배송트럭과 배송순서까지 배차되는 구조"라며 "요리 용도에 따라 손질된 고기류와 회전율이 높은 빵과 생수 등은 매장 진열을 하지 않고 피킹 분류공간에서 곧바로 상차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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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영등포점 지하 2층에 마련된 이커머스실. 상온 보관 상품이 파란색 트레이에 담겨있으며, 냉장·냉동고는 근거리의 대기공간에 위치해 이커머스 배송기사가 운송 직전 신선식품을 운반한다.

바톤을 이어 받은 이들은 배송기사다. 오전 10시께 장보기 도우미가 A~N 구역에 나눠 놓아둔 트레이 사이를 배송기사가 노련하게 오갔다. 우유와 콩나물, 양상추 등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식품은 이커머스 전용 냉장·냉동창고에서 차량 출발 직전 꺼내왔다.

임병훈 이커머스 배송기사는 "냉장칸(0~5도)과 냉동칸(영하 18도)의 규정 온도를 맞추기 위해 트럭 시동을 걸고 나서 신선식품을 가져온다"며 "운행 중에도 운전석에서 냉장·냉동칸의 온도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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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이커머스 배송기사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배송차량에 싣고 있다. 이날 14대의 1톤 온라인 전용 배송차량은 546건의 주문량을 소화했다.

넓은 후방공간 덕택에 홈플러스는 '점포=매장=물류센터' 공식을 수립했다. 때문에 경쟁사와는 다른 행보를 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의 물류센터는 2곳(면적 합계 9만 9172㎡)에 불과하다. 이마트(159곳), 롯데마트(122곳)의 점포 갯수를 고려하면 물류센터의 수와 면적 등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규모다. 이마트는 물류센터를 8곳(용인 제외 면적 합계 21만 9336㎡), 롯데마트는 4곳(면적 합계 15만 2147㎡)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매장의 숨은 공간을 활용했다. 홈플러스는 피킹 분류공간(40㎡), 상차 대기공간(110㎡), 그리고 차량 상차공간(400㎡)을 포함해 총 166평(550㎡)의 후방공간을 확보해야한다는 규정(배송차량 2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점포)을 바탕으로 점포를 구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부천 상동점 주차장에서는 트레일러 2대가 연결된 22톤 드로바 트럭이 360도 회전 가능하다"며 "대부분의 점포에 14톤~22톤 규모 대형 트럭이 진입할 수 있어 온라인 주문물량을 각 점포에서 소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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