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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빠진 '존리 사단'…메리츠운용 또 위기 맞나 수익률 부진 속 핵심이탈, 투자자 신뢰 저하 우려

최은진 기자공개 2018-06-01 11:25:43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존 리 사단'의 핵심 멤버 이탈로 또 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메리츠코리아펀드 등 대표상품들의 성과가 여전히 동종유형 대비 부진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로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메리츠 펀드=권오진'…운용 철학 달라지나

메리츠운용은 존 리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난 2013년부터 일명 '존 리 사단'에 의해 운영 돼 왔다. 존 리 대표가 일했던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도이치운용, 라자드코리아운용 등에서 함께 했던 인력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번에 퇴사한 권오진 전무는 존 리 사단의 핵심 멤버로, 메리츠운용의 모든 국내 주식 운용을 총괄했다. 존 리 대표가 경영과 마케팅을, 권 전무가 운용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나눴다.

메리츠운용의 운용 철학과 전략은 권 전무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공동운용 체제'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는 각 매니저들이 탐방 및 리서치를 통해 종목 발굴에 나선다는 의미에 그쳤다.

실제 포트폴리오에 어떤 종목을 편출입 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권 전무 몫이었다. 메리츠운용의 대표 간판상품인 '메리츠코리아펀드는 곧 권 전무 철학'이라는 공식이 업계 공공연하게 전해졌을 정도다.

따라서 이번 권 전무의 퇴사는 메리츠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출혈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존 리 사단의 핵심 멤버 이탈 자체로 메리츠운용의 부실을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자산운용업의 핵심이 '운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메리츠운용을 지탱하던 투자 철학 등의 기반이 약화되거나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메리츠운용의 운용을 이끌던 인물의 퇴사는 곧 투자자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중요 인력이 퇴사할 정도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하거니와 운용 철학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간판상품 수익률 여전히 부진…투자자 신뢰 저하 우려

더욱이 메리츠코리아펀드 등 간판 상품의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실망이 큰 상황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최근 3년간 9% 손실을 입었다. 강세장이었던 최근 1년동안은 5%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동종유형 펀드 중 최하위권 성적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의 후속판인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의 성과 역시 그다지 좋지 않다. 최근 3년간 9% 손실을 봤으며 1년간 12% 수익을 올렸다. 메리츠코리아펀드 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동종유형 펀드와 비교해서는 중위권 성적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펀드 수익률 회복도 안 된 상황에서 핵심 매니저 이탈까지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펀드를 판매한 PB들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증권사 PB는 "메리츠코리아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오래 전부터 환매를 권유했기 때문에 잔고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수익률 회복도 안 된 상황에서 대표 운용역까지 갑작스럽게 퇴사했다고 하니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 김홍석 상무 중심 운용체제 구축, 1년 전부터 사전 준비한 듯

메리츠운용은 메리츠코리아펀드의 대표 운용역을 권 전무의 후임인 김홍석 상무로 교체했기 때문에 운용 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미 김 상무 중심의 운용 체제를 갖춰놨다는 의미다. 약 1년여 전부터 권 전무의 퇴사를 염두에 두고 사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상무는 권 전무보다 한살 어린 1969년생이다. 미국 미시건주립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필란드 헬싱키대학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딜로이트(현 안진회계법인)에서 미국 공인회계사(CPA)로 활약하다, 금융업으로 적을 옮겼다.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도이치운용, 라자드코리아운용에서 애널리스트 및 매니저 생활을 하며 존 리 대표와 권 전무에게 운용 역량을 수학했다.

운용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권 전무와 유사하다. 펀더멘탈, 지배구조, 경영진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지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권 전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장 트랜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부터 메리츠코리아펀드 책임운용역을 맡은 김 상무는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당시 주도주로 평가받는 종목들을 과감하게 편입했다. 이들 종목이 4차 산업이라는 이벤트로 펀더멘탈이 개선되는 등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과거 권 전무가 운용을 총괄하던 시절에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았던 데에서 크게 달라진 것으로 업계 회자가 되기도 했다.

메리츠운용 관계자는 "팀 공동운용 체제인만큼 운용 전략이나 철학이 바뀔 염려는 없다"며 "김홍석 상무가 지난 1년간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운용해 왔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운용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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