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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점유율 정체 농협사료, 성장 한계 '시무룩'편중된 사업포트폴리오 영향…자회사 적자 부담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8-06-27 08:51:24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1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중에서 안정적 경영을 지속해 오던 농협사료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공을 들여왔지만 매출과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농협사료의 시장 장악력이 낮아져 매출 축소와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국내외 자회사의 지속된 적자도 농협사료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농협사료는 1962년 부산배합사료 공장을 시작으로 사료시장에 진출했다. 2002년 9월 농협중앙회 사료부문의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 12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육·낙농·양돈·산란·육계 농가에 필요한 전문사료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현재 농협경제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사료 시장점유율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사료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몇년간 정체됐다. 2013년 시장점유율 17.9%로 정점을 찍은 후 2014년 17.0%, 2015년 16.6%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16.8%)과 2017년(16.9%)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 17%대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사료는 2014년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했다. 그러나 2015년 16%대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서 하림그룹에 시장 1위 자리를 내어주며 2위로 밀려났다. 이후 시장점유율 회복에 공을 들였지만 줄곧 2위 자리만 지키고 있다.

이 같은 농협사료의 시장점유율 정체는 전체 사료시장의 성장세 둔화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일부 품목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1980년대 사료 생산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13.0%에 달했다. 당시 국민 소득 증가와 맞물려 육류소비가 크게 늘었고, 전방산업인 축산업 호황으로 사료 수요도 확대됐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육류 소비 정체와 축산물 수입 개방의 영향으로 2000년 들어 작년까지 사료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생산량 기준)은 1%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농협사료는 한육유와 낙농사료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육류 소비 정체는 사료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우사육두수가 정점에 있던 2013년의 경우 농협사료의 시장점유율은 17.9%에 달해 다른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다.

농협 관계자는 "육우 소비가 줄고 육계 소비가 늘어나면서 농협사료의 시장점유율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며 "육계 사료 비중이 높았던 하림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농협사료 매출추이

여기에 지역조합에서 사료 판매를 강화하면서 농협사료의 판매시장을 잠식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농협사료와 지역조합사료의 국내 사료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이다. 2013년 시장점유율이 32% 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차 상승 추세다. 이는 농협사료의 시장점유율을 하락하고 있지만 지역조합에서 판매하는 사료의 시장점유율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점유율 하락은 농협사료의 매출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농협사료의 지난해말 기준 매출액은 1조1594억원으로 전년대비 2.2% 감소했다. 2013년 매출액 1조101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하락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함께 지난 2~3년 간 사료값을 인하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농협사료는 축산단체들이 요청에 의해 지난 2016년 6월 이후 사료값 인하를 5회 정도 실시했다.

농협사료는 그나마 90%를 넘던 매출원가 비중을 80%대 수준으로 낮춰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성장세 마저 꺾였다. 농협사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원으로 전년 605억원과 비교해 23.5% 감소했다. 높은 단기차입금 의존도로 인해 이자비용을 늘었고 파생상품거래손실 등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실제로 2014년 37억원에 불과했던 금융비용은 지난해 146억원으로 급증했다.

크기변환_농협사료 금융비용 내역
국내외 자회사의 지속된 적자도 농협사료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사료는 해외 자회사로 미국법인(NH HAY, INC)과 인도네이사법인(PT Nonghyup feed Indonesia)을 운영하고 있고, 한우 사료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농협티엠알(TMR)을 국내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국내외 자회사들은 2013년까지 순이익을 냈지만 2014년 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후 2015년 -26억원, 2016년 -29억원, 2017년 -10억원 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농협 다른 관계자는 "일부 품목에 집중됐던 사료를 다변화하고 지역조합에서 운영하는 사료공장의 연계, 대규모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판매 기반을 늘리고자 한다"며 "주원료 구입 다변화를 통해 생산원가도 낮춰 마진율을 높이도록 할 게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협사료 자회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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