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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주총은 열렸어야 했다 [thebell note]

민경문 기자공개 2018-07-04 15:14:48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2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가 분할합병을 철회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지배구조 재편안 발표가 그랬지만 철회 자체도 전격적이었다. 주총을 고작 1주일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후 시장은 현대차그룹을 더욱 외면하는 분위기다.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꺼려하기 마련이다. 불신(不信)은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임원은 "재수하겠다고 수능 응시 자체를 포기해 버린 꼴"이라고 했다. 원하는 대학으로의 진학 실패가 뻔하더라도 시험은 봤어야 했다는 거다. 적어도 어떤 문제들이 나오는 지 확인해야 지금의 실력을 진단해볼 수 있다. 시험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총에서 분명 통과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분할·합병 비율을 문제 삼으며 반기를 들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잇따라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 주총을 아예 취소해 버렸다.

하지만 주총은 열렸어야 했다. '중도 포기'와 '완주'의 차이는 크다. 무엇보다 '날것' 그대로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주총장에서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피아구별'도 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주주가 왜 반대를 하는 지 시장의 컨센서스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셈이다.

동정론을 기대해 볼 만도 했다. 실패하더라도 변화를 위한 시도였다는 점을 투자자에 어필할 수 있었다. 다시 주총을 열었을 때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부정해 버린 만큼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만약 분할 비율만을 다시 조정할 계획이라면 앞서 철회가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총 포기의 속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의사 결정 사례를 되짚어 볼 때 시장과의 소통이 충분치 못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전 부지 인수,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 때도 드러난 이슈였다. 삼성 측이 계열사 합병에 앞서 수박까지 사들고 투자자 설득에 나선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이 전략을 다시 짜기 위해 내부적으로 TF팀까지 새로 꾸렸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차출된 임원들은 오너 일가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해 보인다. 시장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했는 지도 미지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현대차 지배구조 재편이 어떻게 흘러갈 지 관심을 갖고 지켜봤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현대차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적과 비판은 무관심의 단계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번 TF가 탁상공론으로 끝나선 곤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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