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익재단]그라민뱅크 꿈꾸던 신협, '협동경제'로 선회[신협사회공헌재단]등기이사 22명 '최다'…금융권 최초 사회공헌전문 협동조합
원충희 기자공개 2018-08-03 13:05:0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2일 08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이 처음 구상된 때는 지난 2014년 3월 문철상 전 회장이 신용협동조합중앙회(이하 신협중앙회) 제31대 회장으로 취임한 시점이다.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경험에 비춰 정부 보증의 햇살론처럼 신협도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서 시작됐다.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것은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유너스가 빈민구제 목적으로 설립한 '그라민뱅크(Grameen Bank)'다.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던 영세민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제공해온 그라민뱅크를 본받아 국내에서도 미소금융중앙재단, 사회연대은행 등이 설립됐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의 초기구상은 신협 버전의 미소금융재단이었다.
전국 신협 및 중앙회 임직원 1만500명과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조합원들로부터 월 1만원씩의 기부를 받아 연간 최소 2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 재원으로 9∼10등급의 저신용자, 노숙자, 저소득층 등 전국 930개 조합의 추천을 받아 1인당 300만원 정도의 소액대출을 연 1% 저리로 지원하려 했다. 돈을 빌린 취약계층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해당조합과 기부협동조합이 대출금을 대신 갚아 주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주목적사업을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확충지원사업'에서 '잘살기 위한 경제운동(협동경제)'으로 변경했다. 그라민뱅크를 지향했던 취약계층 우대 금융서비스 항목도 '취약계층의 자활 및 자립지원'과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의 설립·운영, 육성·지원 등 사회적 경제조직 활성화사업'으로 바뀌었다. 취약계층 저리대출 해주는데 한정되기보다 금융소외자의 자활을 돕고 지역경제와 공동체 복리증진에 힘을 보태는 게 신협의 취지에 더 맞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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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아동 금융교육, 사회적기업 지원 등에 특화
지난 2015년 1월 설립된 신협사회공헌재단은 등기이사가 22명이나 된다. 금융권 공익재단의 통상적인 이사회 구성원이 5~7명 정도인데 비하면 3배 이상이다. 재단기금을 출연했던 신용협동조합 대표(이사장)들 모두 이사회 멤버로 등재된 것이다.
이는 신협사회공헌재단이 사회적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5명 이상 15명 이하의 이사와 2명의 감사를 두되 그 수를 증감하려면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협사회공헌재단의 경우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한 터라 이사 수 제한이 없다. 국내 금융권 최초의 사회공헌 전문형 협동조합, 신협사회공헌재단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이다.
주요 목적사업은 현재 협동경제 멘토링과 사회봉사, 재난구호, 사회적기업 지원 등이다. 가장 많은 사업비를 쓰는 분야는 신협 협동경제 멘토링이다. 전국 신협과 지역아동센터 결연을 통해 신협 임직원이 취약계층 아동 대상 금융교육 등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84개 신협 486명의 임직원이 멘토가 되어 총 1919명의 취약계층 아동에게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요즘 많이 하는 사업분야는 청년협동조합 창업지원이다.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기획재정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운영한 사업으로 70개 청년 창업팀 가운데 24팀이 인큐베이팅에 참여, 최종 22팀이 사업화에 성공해 총 119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총자산 50억 중소재단…순자산 40%가량 사회공헌 사용
설립 4년차를 맞은 신협사회공헌재단은 지난해 말 총자산 57억원으로 큰 규모는 아니다. 단기금융상품으로 기본재산을 굴리는 금융권 공익법인과 달리 자산 대부분을 현금성자산 형태로 보유 중이다. 매년 기부금 수익은 30억원 정도, 이자수익은 4000만원 정도가 고정수입처럼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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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과 이자수익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어 재단의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만들었다. 국내 비영리법인 평가기관인 '가이드스타'의 재무평가기준을 적용해보면 공익목적 수입증가율(당해 고유목적사업 수입-전년 고유목적사업 수입/전년 고유목적사업 수입)은 8.5%로 최고점 기준인 6%을 상회한다.
재단 순자산이 얼마나 공익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알 수 있는 공익목적 사용비율(당해 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전년 순자산)은 38.1%로 기준치(5% 이상)을 크게 웃돈다. 순자산의 3분의 1 이상이 공익사업에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수익사업이 없다보니 기부금 외 수익은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이자수입은 4800만원, 이를 기준으로 운용소득의 적정금액 공익목적 사용금액[(운용수익×70%)-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을 산출해보면 마이너스(-)14억원 수준이다. 이 수치가 0보다 작으면 운용수익 대비 더 많은 금액을 공익목적으로 충실히 쓰고 있는 것으로 본다.
출연금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 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비용 비율(목적사업비/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은 87.5%로 우수한 수준이다. 미국 공익지수 평가기관인 채리티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는 66.7%를 보통으로 간주하고 있다. 매년 공익사업 지출규모 증가수준을 보는 프로그램비용 증가율[(당해 목적사업비-전년 목적사업비)/전년 목적사업비]은 10.5%로 최고점 평가기준(8%)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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