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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즉시연금 딜레마]뜨거운 감자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 제도④해외 입법사례 없어…영국은 '집단소송제도' 채택

조세훈 기자공개 2018-08-13 13:04:00

[편집자주]

국내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강화된 소비자 보호 기조에 휘청이고 있다. 자살보험, 암보험에 이어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까지 굵직한 사안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많게는 수조원을 물어내야 할 형편이다. 더벨은 즉시연금과 관련 안전지대 없는 보험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0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다. 그러나 최근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에 대한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에 금감원은 올 하반기 법률 또는 세칙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입법 사례가 없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상품에 대해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 등이 있는 경우 금융회사에게 약관대로 지급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도입·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즉시연금은) 법령, 세칙에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조위 결정에 따라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생명보험사에 '참고사항'을 전달했다"면서도 "(법적으로)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세칙 또는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제도'는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로 평가된다. 금감원이 도입하려는 제도를 해외에서 도입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유사 사례로 영국 금융분쟁옴부즈만(FOS)의 '집단 분쟁해결제도'가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일괄구제 방식이 아닌 집단소송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일부 대표자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피해자도 소송의 결과에 적용될 수 있도록 2015년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후 2건의 집단소송이 있었으나 영국 법원은 집단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해당 사건을 모두 기각했다. 엄격한 소송 절차와 금융회사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사법제도가 작동한 결과다.

반면 금감원이 도입하려는 일괄구제 방식은 영국, 미국이 도입한 집단소송제도와 달리 엄격한 법리 다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다. 금융사는 소송 절차 없이 민원 한건에 대한 분조위의 결정으로 많게는 수조원을 물어내야 한다. 금융권이 일괄구제제도를 과도한 소비자 보호 제도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사후적 소비자 보호 제도는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 LIG건설·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 자살 보험 사태 등 금융회사의 부실판매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선진국형 모델인 사후적 보호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다만 일괄구제 방식은 해외 입법 사례가 없고 국내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력도 큰 만큼 제도 도입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금감원은 일괄구제 관련 연구용역 사업조차 진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일괄구제제도가 시행중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소비자기본법, 약관규제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환경분쟁조정법 등 일부 영역에서 일괄구제제도가 시행중이다. 다만 금융업처럼 민원사례가 빈번하고 금액도 크지 않아 이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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