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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母情)을 위한 신탁의 역할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공개 2018-08-29 08:06:44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7일 09: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상속관련 상담을 하다보면 눈에 띄게 늘어난 주제가 있다. 바로 치매다. 우리 사회가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를 넘은 고령사회가 된데다 고령화 속도도 빨라져 치매 문제를 고민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과 이혼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성혼과 이혼 건수가 줄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 울음소리는 줄어들고 있고, 2019년부터는 출생 인구보다 사망 인구가 많아진다고 한다. 2001년 13만4000건의 이혼건수도 2015년에는 10만9000건으로 줄었다.

이혼건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이혼가정의 후유증은 적지 않다. 양육비 문제부터 통상적으로 단독양육권자가 되는 여성의 취업 등 다양한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던 중 건강악화로 홀로 남겨질 미성년자녀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여기 홍길순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홍길순씨는 40대 중반으로 남편과는 몇 해 전 이혼했다. 남편은 직장을 퇴직한 뒤 사업을 시작했는데 몇번 실패하면서 갈등이 시작돼 이혼하게 됐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친권과 양육은 홍길순씨가 맡기로 했다.

직장과 육아를 무리없이 할 수 있었던 건 친정엄마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친정엄마가 최근 돌아가시면서 홍길순씨의 심적, 육체적 부담이 커졌다. 급기야 수술날짜를 잡는 상황이 됐다. 당장 죽는건 아니지만 다음에 이런 상황이 또 온다면 아이는 어떻게 될 지 걱정이 앞선다. 아들이 이모 집에서 지내더라도 스스로 헤쳐나가길 바랄 수 밖에 없다. 또 아들에게 남겨질 유산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하는데 그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고 싶다.

# 근본적인 고민은

만일 홍길순씨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혼한 남편이 아들의 친권자로서 자녀를 양육하겠다고 할 것이다. 아들과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현금 및 보험금이 나오면 또 사업을 하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아빠와 살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홍길순씨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아이에게 남겨질 재산이 남편에게 다 넘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차례의 사업실패로 힘들어하는 전 남편이 아이와 함께 사는 것보다 조카를 친아들처럼 생각하는 이모와 함께 살았으면 한다.

# 자신을 위한 법률조언을 받다.

홍길순씨는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자신에게 만약 변고가 생길 경우 아들이 친권자인 아버지의 보호 하에 살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견인이 새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유명 연예인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이혼 후 자녀가 양육하던 단독친권자인 엄마가 사망할 경우 아빠의 친권이 자동 부활되지 않도록 2013년 7월부터 법은 바뀌었다. 이전에 아빠의 친권이 자동적으로 부활한다는 규정은 없었지만 판례와 가족관계등록예규에서는 생존부모가 친권자가 되는 것으로 봤었다.

우리 법에서는 이혼 후 단독 친권자인 부모가 사망했을 때 가정법원의 판단하에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생존부모 또는 미성년 자녀의 친족은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사망한 날로부터 6월 내에 가정법원에 친권자 또는 후견인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양육능력, 자녀의 의사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하는 것이 부당한 판단될 경우에는 후견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

또 생존부모가 친권자지정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 자녀의 친족 또는 검사는 가정법원에 후견인선임 청구를 하고, 가정법원은 생존부모의 의견을 들어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만일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하는 것이 적당한 경우에는 후견인선임청구를 기각하고 오히려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법원 청구에 따라 친권자나 후견인이 정해질 때까지 후견인 임무를 대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 자녀 보호의 공백상태가 없도록 하는 규정도 뒀다.

또 후견인을 선임한 후라도 생존부모가 가정법원에 자신을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구를 하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후견을 종료하고 다시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수도 있도록 했다.

#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보기

이제 홍길순씨는 아들을 위해 어떤 안전장치를 해둬야할까. 자녀가 미성년 상태에서 본인의 유고가 발생할 경우 아버지의 친권이 자동부활하지 않지만, 아이 아버지는 본인 사후에 친권자 지정 청구를 할 수 있다. 또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홍길순씨는 아이를 위해 이모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싶다.

이제 홍길순씨는 자신이 없을 때 아들의 부모와 같은 역할, 즉 후견인으로 이모를 지정하는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다. 물론 후견인으로 지정된 이모에 대해 생존부모인 아이 아버지가 여러 핑계를 구실삼아 자신을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고 가정법원에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챙겨주는 자신의 언니와 함께 산다면 그런 시시비비는 발생할 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나 아이가 일정한 연령까지 제대로 보존하는 방법으로 신탁을 선택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이다. 홍길순씨는 아이의 후견인 지정을 위한 유언장을 작성하고, 신탁관리를 통해 남겨줄 재산을 보존해 아들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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