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31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60년대, 한 사람이 은행에 돈을 꾸러 다녔다. 담보는 없었다. 사업을 한다는 데 공장 등을 짓는 자금이 아니었다. 아파트를 짓겠다 했다.'지역기업이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이에 상응하는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우수한 교육 시스템 제공이다. 그래서 아파트와 학교를 먼저 세우려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결국 한 은행이 20억 원을 대출해 줬다.
이 돈을 기반으로 대규모 사원주택단지 건설이 시작됐다. 뒤이어 제철소도 만들었다. 포항에는 현재 약 15개의 학교(광양 포함)와 포항공대가 있다. 포항제철 때문에 인재가 모였고 그렇게 포항은 포항제철의 도시가 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지 1년 반 여가 지났다. 1년 반 동안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키워드는 '인력이탈'이다.
특히 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의 인력이탈은 심각하다. 당장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부터가 1년 넘게 공석이다. 실장급 간부부터 말단 직원까지 인력이탈에는 직급의 고하가 없다. 올초 전문가 공개모집으로 20명을 채용했지만 8월 중순 기준으로 전체 운용역 정원 중 12% 정도가 공석이다. 인력이탈은 전주 이전이 가시화된 2016년부터 더욱 심해졌다.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난은 여러 원인이 결합된 결과다. 젊은 인력들의 경우 전주 이전과 결합돼 정착 문제로 회사를 나오는 경우가 많다. 투자 결과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은 직급이 높은 직원들의 퇴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금융 전문인력'인 만큼 보수 또한 주요 고려 사항이다. 그동안은 민간보다는 10% 이상 낮은 보수지만 '국민연금' 경력을 쌓기 위해 인재가 연금에 몰렸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낮은 보수를 감안해서라도 국민연금에 남아 있을 유인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국민연금은 익산역과 회사를 오가던 직원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이전 후 직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하루에 몇 차례 운행하던 복지 차원의 셔틀버스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셔틀 운행은 이에 위배된다는 차원에서의 결정이었다는 후문이다. 익산역에서 국민연금까지 가기 위해 택시 비용은 2만원 정도 든다. 개인이 자주 이용하려면 부담되는 금액이다.
학교를 세우고 주거를 지원하는 것 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소소한 복지가 사라져 가는 현실을 보면서 로열티를 갖고 일 할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될까.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회사에 남아있을 인재는 없다. 인력이탈 문제가 최근 지방이전과 맞물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전주 이전 때문만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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