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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무차입·무분규·무파벌·무사옥 '4무경영' [식음료 명가 재발견]①홍두영 회장 54년 '낙농 외길'…유업계 선두주자로 고속성장

전효점 기자공개 2018-10-04 08:16:04

[편집자주]

국내 식음료업계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계간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창립 이후 반세기 넘게 크고 작은 난국을 수없이 헤치며 살아남은 식음료 명가들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벨은 식음료 명가들의 성장과 현 주소, 100년 명가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20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창립 54년에 이른 남양유업은 불모지였던 국내 낙농업과 유업을 일으킨 선두주자다. 홍두영 명예회장은 해외 출장길에서 선진국의 분유 사업을 본 후 국내로 돌아와 1964년 남양유업을 설립했다. 축산업 진흥을 통해 가난한 농촌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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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명예회장은 무차입·무분규·무파벌·무사옥 등 '4무(無) 원칙'을 세우고 오로지 본업인 유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들 홍원식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남양유업의 사업을 확장해 2009년 식품업계에서 10번째로 연매출 1조원대 기업의 반열에 올려놨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주에 대한 횡포와 물량 밀어내기 등 연이어 이슈가 터지면서 '악덕 기업'의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홍두영 명예회장 '낙농 외길'…본업 외 눈길 주지 않아

홍 명예회장이 1967년 야심차게 내놓은 조제분유 '남양분유'는 처음 소비자 사이에서 남양의 사명을 각인시켰다. 남양유업이 전국적 인지도를 다진 브랜드로 자리잡은 계기는 1970년대 우량아 선발대회를 통해서였다. 1971년부터 무려 13년에 걸쳐 진행된 우량아 선발대회는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회사는 인지도를 기반으로 1978년 유업계 최초로 기업공개를 진행하고 성장가도를 달렸다. 1980년대 공주공장, 경주공장을 연이어 짓고 1989년 로젠하임 치즈, 1991년 불가리스, 1994년 아인슈타인우유, 1996년 아기사랑秀를 출시하면서 생산 품목을 늘렸다.

남양유업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과도한 차입으로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질 때도 20%이상의 연 성장률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보였다. 1998년 홍 명예회장은 은행에 남아있던 18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모두 갚으면서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업계서는 유례없는 무차입경영 선언은 당시 남양유업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이벤트였다.

홍 명예회장은 1990년 아들에게 대표이사를 물려주면서 정치와 부동산 투기를 엄격히 금지했다. 불필요한 사업에 낭비를 최소화한다는 창업주의 고집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분유캔 만드는 계열사나 사료공장을 세워 시너지 효과를 얻자는 제안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창립 53주년을 맞는 지난해에서야 첫 사옥을 완공했다.

◇홍원식 회장, 고속성장·다각화 주도…'갑질 횡포' 고비도

홍원식 회장이 이끄는 남양유업은 고도성장의 영광과 고비를 연이어 겪고 있다. 회사는 2000년을 전후해 요구르트 이오, 맛있는우유GT 등 스테디셀러를 잇따라 선보이며 고속 성장의 시기를 보냈다. 1990년대 중반 3000억원대이던 매출은 2000년 초 7000억원대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10%를 상회하기도 했다.

홍 회장은 유가공업의 경계를 넘어 제품 다각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프렌치카페(컵커피), 17차와 앳홈 주스(음료), 드빈치(치즈), 루카(커피믹스) 등 제품들이 이 시기 출시돼 각 부문에서 히트를 쳤다. 매출은 2009년 처음 1조원을 돌파한 이래 2012년 1조3400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쳤다.

남양유업 최대의 위기는 2013년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사실로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물량 밀어내기'를 한 것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갑질' 의제가 사회를 달궜고 남양유업은 브랜드 신뢰도와 매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은 2013년, 2014년 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고, 곧이어 후발주자인 매일유업에 업계 선두 자리를 추월당했다. 남양유업 매출은 현재까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1조1000억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남양유업은 불명예를 벗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영업주문 선진화 시스템을 도입해 대리점주 동의없이 추가 주문할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리점주 가족을 대상으로 학자금과 출산장려금 등의 복지혜택를 확대하는 한편 분기별 상생위원회를 통한 정례 소통 자리도 마련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회사는 올해 CSR위원회를 출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CSR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합할 수 있는 남양유업만의 비전을 소개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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