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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판지의 선견지명 '골판지 수직계열화' [제지업 생존전략]③'원지 제조' 고려제지 인수, 매출 기여도 70%·본업 적자 상쇄

심희진 기자공개 2018-10-08 08:22:28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1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골판지원단·상자 제조업체인 삼보판지가 본업 부진에도 자회사 고려제지 덕분에 웃었다. 2005년 삼보판지에 인수된 고려제지는 골판지원단·상자에 들어가는 원지를 생산하는 업체다. 중국 정부의 폐지 수입규제에 따른 원가부담 완화 등으로 골판지원지 사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삼보판지의 수익성을 책임졌다.

삼보판지는 1973년 설립 이래 30여년간 골판지원단 및 골판지상자 제조에 집중해왔다. 제품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긴 건 2005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삼보판지는 그해 1월 화승티앤씨, 화승공조 등으로부터 고려제지(옛 화승제지) 지분 60%를 인수했다. 1977년 설립된 고려제지는 연 36만5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골판지원지 제조업체다. 해당 거래로 삼보판지는 골판지원지에서 골판지원단·상자로 이어지는 수직계열을 구축했다.

삼보판지라는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한 고려제지는 편입 이듬해 눈에 띄는 실적 성장세를 나타냈다. 2004~2005년 800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은 이듬해 927억원으로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2005년 3%에 그쳤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 14%까지 상승했다.

삼보판지 관계자는 "고려제지 인수로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고려제지와 관계사인 대림제지로부터 매년 골판지원지의 75%가량을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보판지가 골판지원단·상자 제조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면서 고려제지의 거래선이 더욱 확대됐다. 2007년 삼보판지는 지방 영업망을 확보하기 위해 동진판지, 한청판지, 삼화판지 등을 사들였다. 덕분에 고려제지 매출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2007~2008년 100억~120억원대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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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계열에 대한 삼보판지의 투자는 모태인 골판지원단·상자 사업이 주춤할 때 더 큰 빛을 발하고 있다. 2012년 골판지원단·상자 부문은 매출액 1160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2015년 매출액은 1000억원대로 줄고 영업이익은 10억원까지 감소했다.

원가 상승분이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2014년 1㎡당 530원대였던 골판지상자 가격은 2015~2016년 480~490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골판지원단도 410원대에서 380원으로 떨어졌다. 그에 반해 2016년 골판지원지 조달가격은 전년대비 7%가량 상승했다. 그 결과 2014~2015년 140억원에 못 미쳤던 판관비가 2016년 152억원으로 10%가량 늘어났다.

골판지원단·상자 사업은 '폐지→골판지원지→골판지원단·상자'로 이어지는 가치사슬(value chain) 말단에 위치해 있어 가격 교섭력이 약하다. 제조업체별 브랜드가 따로 없고 품질, 기술 등의 차이가 적어 수주경쟁이 치열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판매가격을 조금만 인상할 경우 거래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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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마련에 실패한 골판지원단·상자 부문은 2016~2017년 약 7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모태사업의 부진을 상쇄하며 안전판 역할을 한 부문이 바로 고려제지다. 고려제지는 2016년 1820억원의 매출과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 자국산업 보호 등을 근거로 폐지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2013년만 해도 톤당 10만원대였던 국내 폐지가격이 공급과잉으로 5만~6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원가 부담이 줄었다. 골판지원지의 내수·수출가격이 2016년 36만~37만원대에서 지난해 45만원대로 상승한 것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고려제지가 성장세를 나타낸 덕분에 연결실적 기여도도 높아졌다. 삼보판지 연결 매출에서 고려제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5%에서 2016~2017년 71%까지 상승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6~2017년 삼보판지(개별기준), 한청판지, 삼화판지 등이 거둔 이익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고려제지 홀로 책임졌다. 고려제지가 없었다면 삼보판지는 연결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고려제지가 향후에도 삼보판지의 효자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그룹 계열사 외에 삼보씨앤피, 태경산업, 드림팩 등으로 거래선을 넓힌 데다 일본 등에 수출하는 물량도 점점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폐지 수입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도 고려제지의 실적 전망을 밝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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