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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삽 뜬 국내 그린본드, ESG채권 시장 열까 투자 수요 미비, 조달비용 증가 한계…발전사 중심 성장 가능성

피혜림 기자공개 2018-10-08 09:57:19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4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화 조달로 국한됐던 그린본드(녹색채권)가 국내 채권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KDB산업은행의 첫 원화 조달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한국남부발전 등이 발행에 나서 포문을 열었다. 그린본드를 시작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이 국내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린본드에 대한 국내 투자층이 사실상 전무한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관련 업계는 그린본드 발행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발행사들의 조달 니즈가 크지 않은 만큼 투자 유인이 커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린본드 등 ESG 채권 발행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검토의견서 등을 받는 것 외에도 꾸준한 사후 점검을 지속해야 해 부수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국내 그린본드 첫 등장…투자수요 부족 '한계'

지난달 28일 한국남부발전은 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 단일물이었다. 조달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한국남부발전은 그린본드를 찍기 위해 노르웨이 기후변화연구기관 시세로(CICERO)에서 검증 의견서를 받았다. SK증권이 채권 발행 업무를 맡았다.

그린본드는 발행 자금을 환경 개선 및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만 쓸 수 있도록 목적을 제한하는 채권이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국내 발행사들은 외화 조달 목적으로만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한국물(KP) 시장에만 등장했던 그린본드는 지난 5월 KDB산업은행의 첫 원화 발행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신한은행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3년물)를 찍었다.

관련 업계는 그린본드가 첫발을 내디뎠을 뿐 시장으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투자 수요가 전무한데다 발행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높아 발행사들이 공급량을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린본드 발행 당시 한국남부발전은 30년 장기물 투자자로 수요를 모았다. 아직까지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그린본드와 일반 공모채권이 큰 차별점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수적인 채권 투자자들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 그린본드가 생소한 탓에 도리어 투심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발행사, 사후절차 부담…발전사 조달·정책지원 가능할까

발행사 입장에서도 그린본드 조달은 득보다 실이 큰 상황이다. 발행 전 관련 기관의 의견서를 받는 절차가 추가되는데다 발행 이후에도 사후 관리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조달자금의 집행실적을 비롯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환경적 효과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해 발행비용 부담이 커진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관련 의무가 존재하는 발전사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환경 영향 평가 등을 진행해야 한다. 사실상 관련 절차를 이미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남부발전이 30년 장기물로 그린본드를 조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후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었던 영향이 컸다. 향후 국내 그린본드 발행이 발전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그린본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유인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부 운용지침과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자발적으로 그린본드 등의 사회적 책임 투자를 의무화한 유럽 등 해외 투자기관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낮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린본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발행사들의 조달 부담을 상쇄할 만큼 투자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본드의 경우 일반 채권보다 운용 상 제약이 있는데다 발행 후에도 관리 용도로 비용이 든다"며 "발행 취지는 좋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투자 수요조차 없어 공급과 수요 양측 모두 커질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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