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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비과세 해외펀드 과납 세금 수천억원, 환급 논란 은행·증권, 국가 상대로 소송 중…환급 가능 여부 불투명

최은진 기자공개 2018-10-29 11:32:01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4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전 판매한 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해 은행·증권 등 판매사들이 세금을 과다하게 원천징수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과징수한 세금만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 판매사들은 당시 모호한 법 규정에 따라 행정적인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진행 중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증권 등 판매사들은 지난 2007~2009년 판매한 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한 기준가 재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법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2012년 판매사들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과 연관이 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07~2009년 정부가 해외펀드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과세 해외펀드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는 해외펀드 비과세 특례법에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 한다'고 명시했다. 환차익에 과세할 지 여부는 적시하지 않았다. 판매사들은 해외주식 매매차익 외 배당과 환차익을 과세항목으로 보고, 원천징수해서 국세청에 납부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오르는 상황이 발생,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환차익이 발생하는 기이한 모습이 연출됐다. 펀드 투자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봤음에도 환차익 명목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느낀 일부 투자자들은 환차익만 분리해 과세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2009년 관할 세무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상급심으로 올라갈 때마다 판결이 뒤집히기를 반복하다 지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비과세 해외펀드의 취지 상 환차익에만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최종 결론이 났다. 해당 소송을 진행한 투자자들은 판결문을 토대로 직접 환급을 신청하고 과납된 세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투자자 외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과납된 세금이 환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사들은 얼마를, 어떻게 환급해 줄지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판매된 해외펀드만 수십조원이고, 환급해줘야 할 세금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판매사들은 조급해졌다. 잘못 납부한 세금에 대해 환급을 요청할 수 있는 시효인 제척기간이 문제였다. 국세청에 과납된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시효는 5년이다. 반면 투자자가 금융사에 부당하게 징수당한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기간은 10년이다. 자칫 판매사들은 국세청에 환급 신청을 못하면서 투자자들에게는 돈을 내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이에 판매사들은 2012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시효를 중단시켰다. 당시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환차익 과세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난 직후 환급해줘야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으로 소송이 제기된 건에 대해서는 시효가 중단된다.

더욱이 투자자들에게 과납된 세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단체 소송에 돌입했다. 소송의 원고는 경남은행 외 16곳의 은행과 교보증권 외 18곳의 증권사다. 피고는 대한민국 정부, 즉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이다. 판매사의 법률 대리인은 율촌, 정부 측은 정부법무공단이 맡았다.

판매사들은 소송을 통해 정부가 부당하게 이득을 본 과납된 세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은 6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1심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판매사들이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는 과납된 세금은 소가(訴價)로 대변되는데, 아직 이 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법원은 환차익을 과세하지 않을 경우 얼마를 돌려줘야 할지 등을 산정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판매사에 증빙자료를 요청했다. 판매사들은 이미 10년 전 상품이기 때문에 데이타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전산에 세금부분을 적용하는 게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만큼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확히 환급해 줄 금액이 얼만지 산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재로서 환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은행권의 경우 약 2000억원, 증권업권은 약 1400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기준가 재산정 작업을 마친 일부 금융사의 사례만 반영된 것으로, 실제로 환급해줘야 할 금액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판매 및 운용 등에 이해관계자인 판매사들과 운용사, 사무수탁사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투자자들에게 과다 원천징수한 세금을 언제쯤 돌려줄 수 있을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관련 작업을 진행하는 데에만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시중 대형은행 관계자는 "당시 비과세 해외펀드와 관련해 정부에서 정확한 지침을 주지 않은 데 따라 발생한 일에 금융사들이 곤란에 처했다"며 "투자자들에게 환차익 과세 부분을 환급해줘야 하지만 아직 정부와의 소송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환급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민원이 제기될까 불안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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