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신탁, '엠디엠 파워' 공격경영 속도조절? [부동산신탁사 리스크점검]①차입형덕 6년새 매출 6배…신규수주 절반 감소, 성장 둔화 '조짐'
김경태 기자공개 2018-10-31 08:18:51
[편집자주]
금융위기 이후 열위한 시행사를 대체해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개발형 신탁, 즉 차입형 신탁 사업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부동산 경기 활황을 등에 업고 신탁회사들의 외형과 수익성은 급격히 개선됐다. 하지만 과도한 사업 확장과 부동산 경기 위축 가능성 등으로 최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더벨은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재무구조와 사업현황 전반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9일 15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자산신탁은 국내 부동산신탁사 중 성장 속도가 가장 빨랐던 곳이다. 2000년대 후반에는 시장점유율이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부동산디벨로퍼(개발업체) 엠디엠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후 공격 경영을 펼쳐 급팽창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 수주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기존에 확보한 일감 덕분에 갑작스레 매출이 악화할 가능성은 적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년새 6배 성장, 업계 1위 한토신 '맹추격'
한국자산신탁의 모태는 성업공사가 1991년 출자해 세운 '대한부동산신탁'과 한국감정원이 출자해 만든 '한국부동산신탁'이다. IMF외환위기 때 두 회사가 부실화되자 우량 자산과 인력을 떼어내 한국자산신탁을 만들었다.
한국자산신탁은 2001년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받은 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초창기에는 관리형 개발신탁 중심의 안정적인 저위험 사업포트폴리오와 수익구조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
한국자산신탁의 운명이 바뀐 것은 2010년이다. 당시 공기업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돼 매물로 나왔다. 국내 1세대 부동산디벨로퍼 문주현 회장이 이끄는 엠디엠(MDM)그룹이 2011년에 인수했다. 현재 ㈜엠디엠이 지분 38.29%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 외 문 회장이 14.99%로 2대주주다.
한국자산신탁은 엠디엠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후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엠디엠그룹은 '종합부동산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한국자산신탁을 사들였다. 부동산 개발뿐 아니라 금융 부문도 아우르기 위한 인수였다. 엠디엠그룹의 인수 후 보수적이던 사내 분위기는 적극적으로 변했고, 영업 활동도 공격 모드로 바뀌었다.
특히 2013년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를 확대하면서 4년 연속 몸집을 급격히 불렸다. 작년 연결 매출은 2224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68억원, 1267억원이다.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 모두 역대 최대였다. 엠디엠그룹이 인수하던 2011년과 비교하면 각각 6배, 11배, 13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업계 순위도 크게 변했다. 2013년 시장점유율은 한국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에 이어 5위였다. 이듬해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그 후 현재까지 줄곧 2위를 지키면서 업계 1위 한국토지신탁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신규수주 절반 '뚝', 성장세 둔화 '감지'
한국자산신탁은 가파른 성장을 구가했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매년 급격하게 늘었던 신규수주가 지난해부터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신규수주는 2227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 줄었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는 2013억원으로 전년보다 12%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다른 사업 수주가 줄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신규수주는 710억원으로 전년동기(1280억원)보다 44% 급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의 경우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지방 부동산 경기 둔화와 한국자산신탁의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수주가 크게 감소했다.
차입형 부동산 토지신탁은 2~3년의 사업 기간에 걸쳐 부동산신탁사의 수익으로 잡힌다. 이에 따라 기존 수주를 바탕으로 내년까지는 외형적인 측면에서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은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지방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고 주택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수주를 반등시키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자산신탁의 올해 신규수주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고 작년보다 4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주 물량이 있기 때문에 매출이 갑작스레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에 대한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Policy Radar]금융당국, SKT 사태 '비상대응본부' 구성
- [은행경영분석]농협금융, 예대업 약화…낮아진 비은행 기여도 '설상가상'
- [여전사경영분석]우리금융캐피탈, 대손비용 부담 확대로 실적 개선 제동
- [금융 人사이드]캠코 사장 단독후보에 정정훈 전 세제실장…'자본확충' 첫 시험대
- [은행경영분석]제주은행, 90% 넘는 지역 의존도…가파른 연체율 상승세
- [은행경영분석]BNK금융, 건전성 지표 저하 '밸류업 복병' 부상
- [금융사 KPI 점검/하나은행]본사 정책 평가 강화, '건전성·손님만족' 항목 힘줬다
- [Policy Radar]보험업법 규제 기준 킥스비율 130%로 낮아진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전략 점검]지주사 전환 단초 된 SBI그룹 동맹 강화
- 밸류업에 진심인 신한금융, 장기 성과급 80% 연동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HB그룹은 지금]알짜빌딩에 세종 신사옥까지, 그룹 안전판 '부동산'
- [IR Briefing]삼성전자, '자사주 또 소각' 주가반등 사활
- [Company Watch]'예상 밖 선방' 삼성전자, MX사업부 '압도적 기여'
- [HB그룹은 지금]종합엔터 거듭난 HB엔터, '중국자본 동행' 기대감
- HPSP, 예스티 상대 소극적권리심판 항소
- 트럼프 시대, 삼성에 필요한 단어 '그룹'
- [HB그룹은 지금]HB테크놀러지·솔루션, 신성장동력 가시화 언제쯤
- [IR Briefing]LG전자, 조주완 승부수 '적중'·인도법인 IPO '느긋'
- [IR Briefing]'저점 확인' 삼성SDI, 신성장동력 '만반의 준비'
- 삼성전자 미국법인, 인하우스 로비스트 활동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