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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엘리엇, 그리고 현대차 [thebell note]

방글아 기자공개 2018-11-19 08:29:47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08: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4년 12월3일 영국 BBC는 기업 다우(Dow) 대변인의 입을 통해 보팔 참사(Bhopal disaster)에 대한 사과와 120억달러 규모의 보상 계획 발표를 생방송한다. 20년 전 다우케미컬 소유 인도 보팔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누출사고에 대해 처음으로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 사고로 인근 지역에선 즉사자 3000여명을 포함 20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낳았다.

BBC는 이 같은 깜짝 발표를 대대적 특종으로 다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우 측의 공식 반박으로 오보가 되고 만다. 다우 측이 "방송에 나온 이가 회사와 무관한 인물이며, 보상 방침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발표가 실은 미국 시민단체 '예스맨' 일원의 소행이었음이 드러나고, 방송 직후 폭락했던 다우의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는 BBC에게 '희대의 오보'라는 불명예로 남았지만, 이 사건으로 미국 사회는 잊고 있던 보팔 참사를 기억해내고 예스맨은 기업의 '착한 일'에 월가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대중에게 일차원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사회적 필요나 인도적 당위 등과 관계 없이 돈이 나가는 일에 주저 없이 '매도'를 택하는 월가의 본능적 거부반응이다.

예스맨은 해당 사건을 비롯해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다양한 사칭 활동을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에 담아낸다. 주요 사안마다 고위 관계자를 사칭해내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활동은 모두 미국 사회의 , 그 중에서도 월가에 대한 풍자를 적나라하되 위트있게 그려낸다.

최근 공장 폐쇄의 광폭 행보를 밟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나 잊을만 하면 나타나 투자 기업(현대차그룹)에 거액의 배당금을 요구하는 엘리엇을 마주하면서 수 년 전 본 이 영화가 뇌리를 스치는 까닭은 뭘까. 아마도 사안의 경중엔 차이가 있겠으나, GM과 엘리엇의 모습이 예스맨이 비꼰 월가의 모순을 그대로 닮아 있기 때문일터다.

협력사 관계자를 포함 1만3000여명의 일자리를 앗아간 군산 공장 폐쇄는 한국GM 이사회에서 단독 결정됐다. 미국 GM본사 측 인물들이 장악 중인 한국GM 이사회는 GM본사(뉴GM)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데, 이 뉴GM의 주주 75% 이상이 월가의 기관투자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기관투자자 중 하나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요구하는 것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 행동주의(activist)를 표방하는 엘리엇은 그 방식이 조금 남다르다지만 요구하는 건 다르지 않다. 주주이익의 극대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분기 사상 첫 자동차 부문 적자를 기록하는 등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중장기적 비전을 전방위로 모색 중이지만, 이는 엘리엇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잊지 않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주주는 기업에게 '원 오브 뎀(one of them)'일 뿐이란 자명한 사실이다. 주주 외에도 직원을 비롯해 소비자, 지역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반영해야 할 책임이 기업에게 있다. 일견 타당한 명분으로 들리는 주주가치 제고 주장이 GM과 엘리엇에서 나올 때 유독 불편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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