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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린 발전사 채권 경쟁, 승자는 없었다 [일괄신고채 수요예측 요구]'국고채+1bp' 비상식적 금리에 시장 왜곡…증권사 출혈 불가피

민경문 기자공개 2018-11-20 14:01:36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10: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 자회사 회사채 수임을 둘러싼 국내 증권사간 경쟁은 올해에도 반복됐다. 특히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주관사 순위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상황에서 상당한 파장을 미친 변수로 작용했다. 10월 이후 발전사 채권 실적은 양사의 당락을 결정짓는 막판 승부처이기도 했다.

치킨게임의 후유증은 적지 않았다. '국고채+1bp'라는 초유의 가격 결정은 현행 입찰 시스템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였다. 순위는 결정됐지만 1등 증권사와 2등 모두 수수료 녹이기에 따른 가격 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한수원, 한국중부·남부·서부·동서·남동) 6곳은 회사채 시장의 빅이슈어(big issuer)로 통한다. 올해에도 SK그룹(6조 8570억원)에 이어 두 번째(4조 300억원)로 많은 회사채를 찍었다. AAA 초우량 신용등급이라는 점도 증권사의 주관 매력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일괄신고서를 통해 발행이 이뤄지는 만큼 이들이 수요예측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증권사의 입찰 가격이 주관사를 결정짓는 유일한 잣대였다. 실적 쌓기에 급급한 증권사들은 실제 거래 가격보다 비싼 조건을 제시하면서까지 물량 확보에 열을 올렸다. 수수료 녹이기였다. 2012년 일괄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이 같은 불건전 영업 관행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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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국고채+1bp'라는 비상식적인 가격 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달 1일 발행한 서부발전 회사채 3년물(500억원)에서였다. 서부발전 회사채 발행 역사상 가장 낮은 가산 금리였다. 물량을 인수한 NH투자증권은 "돈으로 실적을 산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나흘 뒤 발행된 동서발전 3년물 1000억원 어치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채 부문에서 NH투자증권과 라이벌 구도를 보여왔던 KB증권 역시 수수료 녹이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지난달 31일 발행된 중부발전 회사채(1200억원) 주관사가 KB증권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KB증권의 경우 20년물에서 국고채보다 4bp 높은 금액을 써내 물량을 가져갔지만 여전히 미매각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찍은 남동발전 회사채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3년물의 경우 '국고채+19bp'라는 가격에 2000억원 어치가 발행됐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이 공동 주관사였다. 사실상 유통 금리가 국고채+30bp라는 점에서 밑지고 인수한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역시 적정 가격은 아니었지만 앞서 두 회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밌는 점은 NH투자증권이 남동발전 회사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한온시스템의 4000억원 규모 회사채 주관사로 낙점되면서 주관사 순위 경쟁에 승기를 잡은 상황이라 무리하게 영업에 나설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동발전 회사채 물량과 상관없이 올해 회사채 주관 1위가 거의 확실시 됐기 때문이다. 초박빙 경쟁을 펼쳤던 KB증권은 결국 2위로 올해 장사를 마무리 짓게 됐다.

시장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 주관 실적을 둘러싼 하우스 순위가 사실상 결정됐지만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발전 자회사들이 일괄신고서를 통해 조달 편의성을 도모하되 가격 결정 만큼 수요예측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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