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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시스템, 구조적 문제…가격 왜곡 불가피 [일괄신고채 수요예측 요구]수수료 녹이기 횡행…수요예측 회피, 유일한 의도

민경문 기자공개 2018-11-21 13:10:54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고채+1bp'라는 비상식적 회사채 가격이 도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사간 출혈 경쟁도 문제지만 전자입찰이나 팩스입찰과 같은 불합리한 일괄신고 시스템이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채권 가격은 오로지 증권사의 입찰가에 좌우된다. 물량 확보를 위해선 금리를 최대한 낮춰서 부를 수밖에 없다. 일괄신고제의 수요예측 의무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일괄신고제도는 기업이 빠르고 편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1991년 도입됐다. 짧게는 6개월, 보통 1년간 발행할 총액을 미리 신고하고 이 한도 내에서 수시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형태다. 실제 발행시 발행금액, 가격 등 모집의 조건을 기재한 추가서류 제출만으로 모집·매출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일괄신고는 최근 1년간 회사채 발행 실적 및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업체에 한정된다. 감사의견도 '적정'이어야 하고 재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조달이 빈번한 금융회사로선 일괄신고의 장점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발전 자회사 역시 한국수력원자력을 시작으로 6개사가 모두 일괄신고를 활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발전 자회사의 경우 카드·캐피탈사처럼 회사채를 자주 찍지도 않는데 굳이 일괄신고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며 "다만 AAA급인데다 당국에서 요구하는 잘 알려진 기업(WKSI, Well-Known Seasoned Issuers) 조건에도 부합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괄신고제 하에서 수요예측은 의무가 아니다. 발전자회사들은 시장 수요와 관계없이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있다. 투명한 발행 절차를 따르지 않다보니 시장금리는 왜곡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의 수수료 녹이기가 횡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달 초 서부발전 회사채 3년물 금리가 '국고채+1bp'로 결정된 점도 예고된 참사였다. 증권사 실적 쌓기를 위한 출혈 경쟁때문에 유통 금리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됐다. 증권사가 입찰 가격을 써내는 건 자유지만 '국고채+1bp'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2015년에는 한국남부발전이 국고채보다 낮은 금리로 3년물을 발행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발전 자회사들도 수요예측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괄신고제 자격 요건이 안되는 경우에 한정됐다. 한수원은 작년 4월 사상 처음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남동발전은 올해 4월 진행 이력이 있다. 양사 모두 오버부킹을 기록했지만 증권사 팩스 입찰에 비견할 만한 금리 조건은 아니었다.

시장 관계자는 "발전자회사들의 경우 전년도 회사채 이력이 없거나 규정상 불가피할 때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것일 뿐 웬만하면 편의성이 높은 증권사 입찰을 선호하기 마련"이라며 "증권사 역시 마케팅, 투자자 모집 등 하우스 본연의 실력이 아닌 오로지 제시 금리 만으로 주관사 선정이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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