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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경영진단]잘나간 신한카드의 역설, 군살 빼야 산다①호실적·LG카드 사태 트라우마, 수수료 대폭 인하로 되레 귀결

조세훈 기자공개 2018-12-05 08:21:43

[편집자주]

3년마다 돌아오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결과를 놓고 카드업계가 '위기론'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 감소액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8000억원에 달한 탓이다. 앞서 발표한 수수료 인하 정책(6000억원)을 합하면 감소액은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위기론에 휩싸인 카드사, 그 '위기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14: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둘러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신한카드는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방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내년도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3000억원대로 낮춰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그만큼 내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와 증권사는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놓고 카드사와 뚜렷하게 온도차를 보인다. 예상보다 수수료 인하 폭이 크지만,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고 군살을 빼면 영업이익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신평사의 말을 종합해보면 실제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 방안으로 신한카드의 이익은 대략 700억~8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쟁 과열에 따라 늘려온 무이자할부, 기타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부가서비스 축소가 가시화되면 중기적으로 수익성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줄일 수 있는 기타마케팅 비용이 커서 수익성 감소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신한카드가 2015년 적격비용 재산정 이듬해에도 수익을 늘린 경험이 있는만큼 과도한 위기의식보다는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잘나간 신한카드의 역설, LG카드의 망령

지난 11번의 카드 수수료 인하에도 카드사들의 실적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회성 이익을 뺀 조정영업이익이 지난 5년 간 2조원 초반대를 유지해왔다. 전업 카드사의 추가 진입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매년 7% 성장한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카드업계 맏형격인 신한카드의 실적이 단연 돋보였다. 2014년 이후 매년 실적이 개선됐으며 지난해에는 대손충당금 환입(세후 2600억원)과 비자카드 주식 매각(1800억원)에 힘입어 9000억원에 육박한 순익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신한금융지주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만 3조원에 달한다.

다만 신한카드의 호실적이 되레 카드 수수료 대폭 인하라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과정에서 조달금리 인하, 일반관리비 감소, 자산건전성 감소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적격비용 재산정 이후의 학습효과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2015년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연간 6800억원의 카드 수수료 감소액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상황은 달랐다.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6950억원에서 2016년 7070억원, 2017년 899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실적이 연달아 나오자 정부는 카드사의 수익능력으로 수수료 인하를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논리와 명분을 쥐게 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식 매각 등 일회성 요인으로 실적을 높인 게 당정의 수수료인하 주장에 힘을 실리게 하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카드가 2007년 인수한 LG카드의 망령도 이번 카드수수료 대폭 인하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2003년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LG카드는 무분별하게 가입자를 유치하다 대규모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대규모 적자 속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첫해에 벌어진 일이다. '노무현 키즈'로 불리는 인사들 역시 자칫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LG카드 사태와 씨름하며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이후 이들은 일종의 '트라우마'속에 카드업권을 가계부채를 유도하고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업권으로 인식하게 됐다.

당시 30대가 주축이던 '노무현 키즈'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당정의 중축 인사로 거듭났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첫해에 LG카드 사태를 맞이했던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카드업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도 카드사가 유리한 경영환경과 혜택을 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에도 카드업권에 대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 '이자 장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인식속에 민주당은 민생경제 연석회의에 카드분과를 만들고 이례적으로 카드 수수료 대폭 인하안을 직접 챙겼다.

◇양적 성장 한계…마케팅 비용 절감 방안 마련해야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3% 감소한 39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감소다. 지난해 제도 변경으로 280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환입됐고 2분기에는 비자카드 주식 매각으로 800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390억원의 채권매각대금을 받았다. 이런 일회성 요인을 빼면 실제 감소폭은 641억원이다. 이마저도 회계기준 변경으로 대손충당금이 대폭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새 회계기준(IFRS9)은 예상손실률로 충당금을 적립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소폭 상승해도 대손 비용이 많이 증가한다.

내년에는 카드수수료 이익이 감소하는 만큼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지난 몇 년간 버팀목이 되어왔던 비자·마스터카드 주식 매각이익과 캠코로부터의 채권매각대금 등 일회성 이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한장비 없이 자력으로 추위를 극복해야 하는 생존과제가 신한카드에 주어진 것이다.

신한카드 신용카드 이용실적 점유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현실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당장 신용카드 이용실적(이하 신용판매)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 LG카드를 인수한 이후 부동의 1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3년 27%대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2015년 23.5%, 2017년 22.6%로 하락한데 이어 올해 3분기 말에는 21.8%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법인 물대(물품대금) 감소가 대부분이고, 개인 소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 물대 감소는 양적 성장 전략을 취하기 어려운 조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총자산이 총자본의 6배를 넘길 수 없다. 9월 말 현재 신한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자산총계/자본총계)은 5.1배로 지난해 말 4.2배보다 0.9배 증가했다. 자본확충 없이는 앞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한카드 레버리지 배율
*신한카드 경영실적 현황(2018 3Q)

관심은 마케팅비 절감에 쏠린다. 당국 역시 업권 전체에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줄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다행히도 신한카드는 일회성 마케팅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제윤경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기타마케팅 비용, 무이자할부 비용, 광고비 등 재량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이 3258억원이다. 이 비용 중 3분의 1 가량 축소하면 수수료개편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부가서비스 축소를 허용한다면 부담은 더 덜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인에 과도한 혜택을 준 서비스나 기타 불필요한 서비스들은 축소할 수 있도록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 합리화 방안을 내년 1월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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