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 따른 SKT, 인수 포기한 '톱텍' 경영진 구속 실적 악화되자 中기술유출…박정호 SKT 사장 폭탄 끌어안을 뻔
이경주 기자공개 2018-11-29 15:01:48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화설비제조사 톱텍 경영진이 중국에 기술유출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톱텍은 박정호 SK텔레콤(SKT) 사장이 SK그룹의 스마트팩토리 사업확장을 위해 올 초 인수를 추진했다가 가격문제로 최종 포기한 기업이다.수원지검 인권·첨단범죄전담부(김욱준 부장검사)는 29일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톱텍 사장 등 1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술유출 범행을 주도한 톱텍 사장 ㄱ씨와 전(前) 전무, 설계팀장 등 3명은 구속 기소되고, 범행을 위해 설립된 위장업체 B회사 임직원 8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3D 라미네이션(Lamination) 관련 설비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을 중국 수출을 위해 위장용으로 설립한 B회사에 유출하고 그 중 일부 자료를 중국으로 유출해 B회사가 155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3D 라미네이션(Lamination)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엣지(곡면) 디자인 OLED패널 제품을 생산하는데 쓰이는 장비다. 엣지 디지인은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최대 특징 중 하나다.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톱텍 경영진은 올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알려졌다. 톱텍은 작년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용 OLED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한 덕에 3D라미네이션 등을 공급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은 1조1384억원, 영업이익은 2117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9%, 영업이익은 403.9% 폭증했다.
올 들어 삼성디스플레이가 업황악화 때문에 증설을 중단하자 톱텍도 수주량이 급감했다. 이에 올 3분기까지 매출(2571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158억원) 대비 4분의 1수준이 됐고, 영업이익(171억원)도 10분의 1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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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하게 된 곳은 SKT다. SKT는 박 사장 주도로 재작년 하반기부터 톱텍 인수를 추진해왔다. SK그룹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톱텍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톱텍 주력은 디스플레이 자동화 장비다. 하지만 박 사장은 톱텍을 SK하이닉스 반도체용과 SK이노베이션 2차전지용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SKT는 올 1월 17일 인수추진과 관련해 조회공시를 요구받자 "검토 중"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SKT는 하루 뒤인 1월 18일 "인수 추진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입장을 돌연 철회했다. 업계에선 당시 톱텍 기업가치가 너무 고평가돼 SKT가 인수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
결과적으로 천운이 따른 선택이었다. 이후 톱텍은 실적악화와 기술유출 건이 진행됐다. 물론 SKT가 톱텍을 인수했다면 기술유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톱텍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은 똑같다. SKT는 폭탄을 끌어안을 뻔한 위기를 피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검찰 기소로 톱텍 경영진이 최종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할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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