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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녹지병원, 사업 포기 시사…제3자 인수될까 [영리병원 논란 점검]일각선 휴젤 창업자 홍성범 원장 거론, 서울리거 통해 중국 사업 매진

조영갑 기자공개 2019-01-23 08:22:00

[편집자주]

제주,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영리병원이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개원허가가 난 녹지병원이 사업철수를 시사하면서 영리병원의 향배는 오리무중으로 빠져 들었다. 의료의 공공성을 주장하며 반대하는 입장과 시장원리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영리병원의 앞날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2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영리병원이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 국제녹지병원(이하 녹지병원)의 설립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녹지병원이 제주도청 측에 직접 인수 또는 제3의 원매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업계에선 제3자 매각의 경우 휴젤 창업자 홍성범 상해 서울리거병원 원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 원장은 2015년 한 차례 영리병원 투자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현행법상 국내 자본의 투자는 금지돼 있지만 중화 자본과의 합작 우회 투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녹지병원은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녹지(뤼디)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한 '투자개방형' 영리병원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검진센터 등의 진료과를 두고 의료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설립됐다. 정식으로 개원한다면 대한민국 내에 들어서는 제1호 영리병원이 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녹지그룹 측은 지난해 말 제주도청에 공문을 보내 "건물 신설에 투입한 비용과 각종 의료시설, 인건비 등 경영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제주도에서 병원 인수방안을 최대한 빨리 제시해주거나 제3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도청의 직접 인수나 원매자 중개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현지 언론인 제주KBS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녹지병원의 사업 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 녹지코리아 측은 "현재 병원은 운영되고 있지 않으며, (보도에 나온) 인수와 관련해서는 본사(녹지그룹)에서 아무런 결정이 나지 않았다"면서 "이외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인수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정부는 영리병원과 관련해 의료 공공성 논란이 지속되자 숙의형 공론조사를 벌였는데 지난해 10월 발표된 공론위 결과 '설립 반대'로 여론이 모아진 바 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12월 공론위의 권고를 정면으로 뒤집고 녹지병원에 대한 개원허가를 결정했다.

녹지병원이 제주도청에 공문을 보낸 것은 원희룡 지사의 개원 허가 이전인 10월 경이다. 개원 허가가 늦어지면서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제주도청에 방안 강구를 요청한 것이다. 이후 개원 허가가 내려졌지만 아직 병원 영업은 어려운 만큼 해당 매각 의사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영리병원 개원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현재 제주도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녹지병원을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청의 세입구조상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지역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현지의 사정에 정통한 한 의사는 "인수에는 최소 1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제주도의 예산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원희룡 지사 역시 지난 12월 개원허가를 밝히면서 이런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제3자의 녹지병원 인수 후보로 휴젤 창업자로 유명한 제주 출신의 홍성범 병원장(상해서울리거병원)을 지목하고 있다. 홍 원장은 BK동양성형외과를 일군 장본인이며, 휴젤을 창업하면서 사업가로서의 성공도 거머쥔 '큰손 의사' 중 한 명이다.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에 등장하는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이하 BCC)에도 홍 원장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리거병원
<상해서울리거병원>

BCC는 중국 대표적인 미용의료분야 전문 투자그룹인데, 약 20여 개의 미용병원이 연합한 지주사 개념이다. 이중 홍 원장이 대표원장으로 있는 상해서울리거병원(전 세인트바움)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BCC는 녹지그룹에 이어 녹지병원의 2대 주주(5.6%)로 참여하고 있다.

녹지병원이 개원하면 환자송출과 사후관리를 BCC가 맡기로 돼 있다. 2014년 개원한 리거병원은 홍 원장과 SK증권, 휴젤이 공동투자한 홍콩회사 엔지니스가 70%, 중국자본이 30%를 출자해 설립한 병원이다. 현재는 휴젤과 연관이 없다. 휴젤 측은 "홍 원장은 동양에이치씨 구주를 2017년 전량 매도하면서 휴젤의 경영과 지분참여에서도 손을 뗐으며 2014년 세인트바움의 휴젤 지분 역시 홍 원장이 전량 사들여 현재는 휴젤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대신 코스닥 상장사인 서울리거에 눈길이 쏠린다. 서울리거는 홍성범 원장이 2016년 인수한 메디컬 플랫폼 회사다. 홍 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심주엽 전 휴젤 대표가 15.9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모바일 액세서리, 태양광, 모바일 게임 등 주인이 여러 번 바뀌다 2016년 홍 원장의 인수로 병원경영지원(MSO)사업으로 목적사업을 바꿨다. 홍콩법인인 엔지니스가 2015년 작성한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Seoul leageuer'의 (중국)진출방식과 관련해 새로운 투자자로 BCC로 언급하고 있다. BCC와 홍 원장의 연관성을 말해주는 단서다.

하지만 녹지그룹의 기존 투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발을 빼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강철남 제주도의회 의원은 "고용, 시설투자 등 기존 투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철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제주도청에 손배소를 청구할 가능성도 있고 사업철수는 일종의 엄포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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